中, 한미 이간질 포석?...주한 中대사에 ‘일대일로 전문가’ 내정

2024-11-14     전경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 두 사람은 공통의 가치를 지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연합

부임 이후 우리나라에 대한 외교적 결례를 계속 저지르던 싱하이밍 전 주한중국대사 후임으로 다이빙 주유엔대표부 부대사가 내정된 것을 두고 국내 언론들이 "한국에 대한 유화 제스처"니 "한국에 대한 예우"라는 이상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다이빙 부대사의 경력을 보면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중국 공산당이 한미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외교가에 따르면 중국은 다이빙 부대사(戴兵·57)를 신임 주한중국대사로 내정하고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금주 중으로 공식 발표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아그레망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다이빙 부대사는 안후이 사범대 외국어과를 졸업하고 1995년 중국 외교부에 입부했다. 외교부에서는 주로 아프리카 지역 담당 부서에서 근무했다. 2017년에는 중국 외교부 아프리카국 국장을 지냈고 2020년 유엔주재 중국대표부 부대사에 임명됐다.

이를 두고 국내 대부분의 언론은 "중국은 지금까지 주한대사로 부국장급이나 국장급을 파견해 왔는데 다이 부대사는 본부 국장은 물론 유엔 부대표까지 지냈다"라며 "본부 국장을 지내지 않은 싱하이밍 전 대사보다 다소 급이 높은 인사를 발탁한 것이어서 한국을 예우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 언론은 "중국은 최근 한국인 비자면제 조치를 비롯해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유화 제스처를 잇달아 보내고 있다"라며 "다이 부대사 내정도 그 연장선상"이라거나 "우리나라가 지난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인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차기 주중대사로 내정하며 외교적 성의를 보인 데 따른 후속 조치"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이빙 대사가 외교관 경력 대부분을 아프리카 지역 담당으로 보냈다는 점은 그가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의 전문가라는 의미다. 그런 사람을 주한중국대사로 보냈다는 점은 "한국을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떼어 놓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지대한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9월 행사에서도 이런 점이 드러난다. 당시 시진핑은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에서 아프리카 15개국 정상과 회담을 가졌다. 시진핑은 아프리카 정상과 만날 때마다 ‘일대일로 계획’ 추진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을 앞질렀다는 선전도 거듭 나왔다.

이런 중국 패권전략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 차기 주한대사로 내정된 이유는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정부 1기 때 국가안보 참모진이었던 사람들이 참여한 ‘프로젝트 2049’ 연구소는 최근 트럼프 당선자 측에 보고서 하나를 전달했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 격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트럼프 당선자가 1기 때부터 추진한 중국 공산당의 패권전략 격퇴를 위해서는 한국, 일본, 대만, 호주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연구소는 홈페이지에서도 한국을 중국 본토와 대만 다음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표시하고 있다. 이 연구소가 전달한 보고서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이유는 최근 트럼프 당선자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선업에서 한국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한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공통의 가치를 지향한다는 판단에 따라 해군력 강화에 대한 이야기부터 한 것이다. 트럼프-윤석열 두 정상이 공통의 가치를 지향할 경우 중국 공산당은 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를 막으려면 한미 간을 이간질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대일로 전문가’를 내정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