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由칼럼] 尹 후반기, 60도 사과와 골프로 희망 킥오프
대통령과 관련해 지난 한 주 신문에 난 인상적인 장면 두 개를 꼽으라면 사과 절과 골프 연습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담화문을 읽던 중 연단 옆으로 나와 국민 앞에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60도 가까이로 보였다. 이렇게 깊은 절을 한 건 취임 후 처음이다.
"민생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또 제 주변의 일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과 염려, 불편을 드리기도 했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다.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부터 드린다."
언론과 야당, 반윤 여권 인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비판했다. "술자리에서도 듣기 어려울 정도의 횡설수설 아무 말 대잔치"(박찬대), "검찰 회의하듯 건들건들, 반말 섞으면서 국정 운영을 가정사처럼"(임은정), "건심이 민심을 이겼다. 휴대폰 바꾸고 김 여사가 순방 안 가면 국민이 납득할까?"(유승민).
저들이 뭐라 하건, 대통령이 달라지려 한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비판 일변도 속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라는 어느 유력 신문 주필의 평가도 있었다. 60도 절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국민들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을 것이다.
또 하나,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보도가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친교를 위해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희소식이다. 사치스러운 운동을 대통령이 재개하기로 했다는 게 왜 좋은 얘기냐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야당, 언론 등쌀에 세뇌됐거나 위선적이어서다. 대한민국 골프 인구는 최소 1000만 명이다. 요즘 개나 소나 치는 게 골프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 중에는 골프광들이 많다. 개인 생활, 운동, 친교에 대해 보는 눈과 생각이 달라서다. 재임 중에도 거리낌없이 즐겼다. 아이젠하워는 8년 임기 중 800라운드를 기록했다. 백악관에 퍼팅 연습장도 설치했다. 한국 언론과 야당이 미국에 있었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케네디·클린턴·오바마도 골프 마음껏 하며 국정도 잘 이끌었다. 트럼프의 골프 실력은 아마추어 수준을 넘는다. 집무와 개인 생활 균형이 중요하다. 필드에서 국정에 관한 영감이 떠오를 수 있다. 파트너들과의 대화에서 중요한 힌트를 얻기도 한다. 트럼프와 골프로 친해진 아베가 그 친교 골프 애찬론자다.
홍수가 났는데도 시장·도지사가 골프 쳤다고, 대형 사고 발생할 때마다 언론이 단골 기사로 흥분하는 유치한 나라는 경제 선진국들 중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골프를 하는 순간에는 사고를 몰랐을 수도 있고, 부킹할 때 사고를 예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70~80년대 식의 위선적이고 극단적인 금욕주의(?)에 빠져 있는 언론 말을 듣거나, 윤 대통령이 지난 두어 달 동안 친 4차례 라운드를 갖고 대단한 비리라도 캐낸 것처럼 떠드는 민주당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같은 의원 눈치를 보다 보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소신을 갖고 당당하게 즐길 것 즐기는 과정에서 심신도 단련하고 사람도 사귀면서 일 열심히 하는 공직자들이 국민에게 훨씬 더 이로운 존재들이다.
대통령실은 아마도 그런 언론과 국민 눈을 의식해 대통령의 골프 연습 사진을 찍지도 배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진이야말로 말 없는 국민들이 보고 싶어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지도자가 여유도 보이면서 강대국 파트너가 좋아하는 종류로 외교도 하겠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희망적인 뉴스로 임기 후반전 킥오프를 했다. 시작이 늘 어려운 법이다. 한 번 하면 그 다음은 쉽다. 그동안 잘못한 것, 미흡했던 것들을 솔직하고 겸허하게 인정하고, 잘한 것들을 봐서라도 힘을 실어 줄 것을 국민에게 호소하면 일이 어느새 잘 풀릴 것이다.
후반전 전광판에 떠오른 두 개의 동영상(하나는 상상으로)을 보면서, 나라를 걱정하는 보수우파 지지자들 마음에 희망이 싹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