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징비록] 전쟁은 속이는 것, 북한군 관련 거짓뉴스 주의보
2500년 전 손자(孫子)는 군을 다루는 것, 병법, 전쟁이란 것은 속이는 것이다(兵者詭道)라는 말을 했다. 불확실성과 우연이 판치는 전쟁에서 속이는 것이야말로 기본 중 기본임을 강조한 말이다.
그런데 속이는 대상이 반드시 적으로만 한정되는 것도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아군도 속여야만 하는 때가 있다. 상대를 속일 때는 적은 수의 병력을 많은 수로 보이게 하고, 동쪽에서 요란스럽게 하지만 실제로는 서쪽을 공격하고, 병력을 철수시켜 상대를 유인한 후 매복하거나 포위 공격하는 것 등은 전법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군을 대상으로도 속임수를 써야할 때가 있는데, 신라 장수 김유신은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군사들의 사기가 떨어졌을 때 연(鳶)에 불을 붙여 하늘로 올렸다. 이를 본 병사들이 용기백배해 반란군을 무찌르게 만들었다.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선동과 선전, 허위, 기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거짓뉴스가 SNS를 통해 전달, 확산됨으로써 국민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군 파병 관련 소식은 우리를 놀라게 하고 긴장시켰으나 잇따르는 소식들은 모두가 신뢰를 떨어뜨리는 내용들이었다.
정보당국에서 북한군의 파병을 확인하고 이를 공식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숫자가 1만~1만2000명으로 매체마다 다르게 언급되고 있다. 북한군의 실체가 특수부대인 폭풍군단이라는 소리부터 공병부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파병 관련 질문에 ‘허위정보’, ‘가짜’라고 하다가 "평양에 물어보라"고 하더니 지금은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애매한 말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전략적 모호성에 기초한 답변이 아닐 수 없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기사에 우리가 속았던 백미(白眉)는 바로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의 최초 교전이 이루어졌다는 소식이었다. 11월 4일, 북한군 40명이 우크라이나 군과 교전하다가 사망했으며, 이 중 한 명이 사체더미 속에 숨었다가 겨우 생존해 자신만 살아남고 나머지 동료들은 모두 죽었다고 진술하는 동영상이 등장했다. TV에서는 북한군의 본격적인 전선 투입이 감행됐다는 소식과 함께 이에 대응해 우리도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전문가들의 해설이 잇따랐다.
그 영상은 처음부터 이상하게 보이기도 했지만, 며칠 후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까지 나서서 거짓영상이라고 확인해 줌으로써 황당한 오류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면 이 영상은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던 것일까. 아마도 북한군 사기를 저하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언급했는데 이 또한 영상 제작자들이 알고 싶었던 정보였을 것이다. 바로 북한 파병과 관련한 한국인 여론·대응 수준·종류·방식 등이 자연스레 노출되어 버린 것이다.
군은 잘못된 정보에 기초해 작전을 진행했을 때 직면하게 되는 희생과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정보종합분석반’(ASIC, All Sources Intelligence Center)이란 조직을 운용한다. 이곳에서는 모든 정보 수집수단을 통해 들어오는 첩보를 종합하고 평가 분석해 허위첩보를 가려내고 정확한 정보를 생산한다. 그리고 지휘관은 그 정보를 기초로 자신의 부대를 움직이기 위한 최선의 방책을 결정해 시행토록 한다.
북한 관련 정보를 다룰 때 국민이 즉시 알아야 하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군에서 미련해 보일 정도로 발표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이렇게 세밀한 분석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국민은 군사 또는 전쟁과 관련한 소식은 외신과 SNS보다는 책임 있는 당국자 말을 믿어야 한다. 앞으로 북한군 투입 관련 소식이 더 많아질 것이다. 당국의 정확한 정보 전달을 기대하며 많은 노력이 있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