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류 신문 조선일보 ‘말 다리’를 드러내다
마각(馬脚)은 말의 다리다. 마각노출(馬脚露出)은 ‘말의 다리가 드러나다’는 뜻이다. 어원은 여러 가지다. 고대 중국의 연극에서 말의 다리가 드러나는 장면이라는 설, 후한서(後漢書) 반초전(班超傳)의 ‘마각노출’이 원전이란 설 등이 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도 커튼이 바람에 일렁이며 뒤에 숨은 말의 다리가 등장하는 대목이 나온다. 어쨌거나 ‘숨기고 있던 일이나 본디 모습이 드러나다’는 의미다.
조선일보의 ‘마각’은 웬만해선 눈에 띄지 않는다. 교묘하게 대중의 사회정치적 심리 위에 올라타, 위에서 내려다보며 신문을 만들기 때문에 ‘말 다리’가 드러나기 전까지 대중들은 그냥 속아 넘어간다. 지난번 박근혜 탄핵 때도 그랬다. 당시 대중들은 박근혜가 정말 큰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탄핵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다수 국민은 탄핵이 뭔가 잘못됐다는 정상적인 판단으로 돌아왔다. 부패도 없고 불법도 없었다. 아직도 박근혜 탄핵이 잘 됐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재명과 배후의 경기동부연합·민노총, 민주당 정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하나 더 있다.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탄핵이 잘못됐다고 명시적으로 자백하기 어렵다. 왜? 언론은 명분 장사, 논리 장사다. 조선일보는 대중을 상대로 논리 장사로 먹고 사는 언론 기업체다. 박근혜 탄핵이 잘못됐다고 자백하는 순간 자칭 1류 신문 조선일보는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게 돼 있다. 이것이 조선일보가 박근혜 탄핵 때문에 갖게 된 원죄(原罪)다. 조선일보는 이 원죄에서 결코 해방되기 어려울 것이다.
11월 2일자 조선일보가 윤석열 탄핵과 개헌을 추동하기 위한 말 다리를 완전히 드러낸 배경도 이 원죄 때문으로 보인다. ‘박 탄핵이 정당(?)했으니, 윤 탄핵도 정당(?)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개발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조선일보가 진정으로 애국적인 신문이라면 지금부터 25일까지 ‘이재명 법정구속’ 여론 조성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尹)지지율 19%, 모든 계층에서 부정적", "여권서 터져 나오는 내각 총사퇴" 등등으로 제2 탄핵 깃발을 올렸다. 곧이어 개헌 깃발도 내걸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번에도 조선일보 뜻대로 될까. 국민은 두 번 속지 않는다. 두고 보시라. 내년 이맘때 쯤 세상이 어떻게 변해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