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해줘"…법원 괴롭히던 ‘창원간첩단’ 이번엔 판사 교체 요구

2024-11-03     전경웅 기자
지난해 1월 3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조직원들. 이들은 ‘창원간첩단’으로 세간에 알려져 있다. /연합

2022년 말 국가정보원과 경찰에 적발된 ‘창원간첩단(자주통일민중전위, 이하자통)’ 피고인들이 재판을 지연시키는 ‘법률전’을 구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 이들 요구대로 재판 관할 법원을 서울중앙지법에서 창원지법으로 옮겨주자 이번에는 재판부를 바꿔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자통 피고인들은 지난달 28일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다. 자통 측 변호인이 "재판 기록 중 국가정보원이 수집한 자료가 불법이라 주장했으나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며 기피 신청을 했다고 한다.

검찰은 재판 지연을 우려해 재판부 기피 신청을 신속히 끝내는 ‘간이기각’ 절차를 요청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자통 관련 재판은 더 지연될 전망이다.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면 재판은 중단되고, 현 재판부를 뺀 나머지 재판부가 사건을 배당받아 인용 또는 기각 결정을 한다. 결정이 나도 상급 법원에 이의 신청을 하게 되면 또다시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검찰과 공안당국은 자통 피고인들이 고의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법률전’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창원지법은 재판부가 2개뿐이라 재판부 기피 신청을 시작하면 해당 재판은 사실상 중단된다.

자통 피고인들이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재판을 서울이 아닌 창원에서 받게 해 달라"던 것부터가 이런 ‘법률전’이라는 게 검찰과 공안당국의 설명이다. 자통 피고인들은 지난해 4월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아야 했지만 "창원에서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계속 요구했다.

서울고법은 당초 이들의 요청을 기각했지만 이후 재판 관할이전, 국민참여재판, 위헌법률제청 등을 계속 신청해 본 재판을 지연시켰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에 대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판 진행 전 이전 재판 주요 내용을 요약 설명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는 것이 기피 신청 사유였다.

결국 지난해 12월에는 이들에 대한 보석이 허용되면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고, 올해 4월에는 서울중앙지법이 재판을 창원지법으로 넘겼다. 이후 7월 창원지법에서 자통 사건에 대한 재판이 열렸지만 피고인들 모두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과거 운동권이 했던 전형적인 ‘법률전’의 전형이다.

자통은 2016년 3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캄보디아 등지에서 북한 대남공작원과 만나 지령을 받고 국내정세 등을 보고했다. 공작금도 수령했다.

자유민주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자통이 2022년까지 북한에 보고한 내용과 북한 지령문에서 언급한 하부 조직망과 지역 조직망은 총 87개인데 이 가운데 68개가 이미 구축된 것으로 보인다. 자통은 또한 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국민중행동, 6·15청년학생본부, 진보넷대학생, 전교조 등에도 하부 조직을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