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집회’ 역풍...‘지금은 싸워야 할 때’ 보수가 다시 결집한다
2일 오후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역 앞 일대에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특검 촉구 국민 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공식 명칭과 달리 집회는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동대회 성격이 두드러졌다. 그래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눈앞에 다가온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여론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 촉구를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 탄핵에는 선을 그어왔다. 역풍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집회에서는 ‘탄핵’을 직접 언급하거나 탄핵을 뜻하는 말들이 거침없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원색적인 비난도 난무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한다. 특검이든 탄핵이든 개헌이든 대한의 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 최고위원은 "박정희보다 잔인하고 전두환보다 뻔뻔한 봄 날강도는 그보다 더 무서운 철퇴를 맞을 것"이라며 "민주, 공화의 적들이 잠시 벌인 개판을 평정하고 대한 공화를 다시 선포하자"라고 기세를 올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자신과 배우자, 처가의 비리를 덮는 내로남불의 대명사가 됐다. 윤 대통령은 내려와야 한다"고 거들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 심판 열차를 출발시키자. 썩은 이는 뽑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노골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한 것이다. 1일 민주당이 공개한 ‘명태균 통화 녹음’이 배경으로 풀이됐다.
이재명 대표는 "2016년 10월 29일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정권을 질타하는 연설을 했을 땐 성남시장, 변방의 장수여서 자유롭게 말했지만, 지금은 제1야당 대표라는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면서도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권력과 권력자는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 불의한 반국민적 권력을 우리의 손으로 확실하게 심판하자"고 우회적으로 탄핵을 주장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오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1심 선고를 앞둔 이 대표의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받았다. 이들은 집회가 벌어진 지역 일대 건물과 지하철 입구 곳곳에 QR코드가 있는 이재명 무죄 탄원서를 받는 종이를 붙여놓고 집회 참가자들은 물론 행인들에게도 탄원 동참을 유도했다.
민주당의 이날 집회에 대해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김혜란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회에서 입법 전횡을 일삼던 원내 제1당이 장외로 나간다는 말은 이들이 진정 원하는 바가 우리 헌법 질서가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 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이재명 대표는 국민이 행동해야 할 때라 했지만, 이는 범죄혐의자인 자신을 보호해 달라는 읍소일 따름"이라며 "특검은 그저 핑계이자 수단일 뿐이고 목적은 오롯이 ‘이재명 방탄’임을 이제 온 국민이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의 모든 국회 활동은 대통령 탄핵 빌드업에 맞춰져 있고, 이것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에 목적을 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집회의 세 과시를 위해 전국 총동원령을 내렸다. 최대한 많은 인원을 동원하기 위해 현역 의원은 물론 원외 지구당 당협위원장까지 채근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이날 30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으나 경찰 추산은 1만 7000명이었다.
한편 민주당의 이날 집회는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의 의도와는 달리 일반 국민의 호응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보수 결집이라는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 20% 대 붕괴로 보수진영에서 위기의식이 높아졌고, 또다시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할 수 없다는 각성이 보수진영을 결집할 것이라는 얘기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거친 언사도 보수진영을 자극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로 인하여 광화문으로 상징되는 보수우파 세력과 서울역으로 상징되는 좌파 세력이 서울 주요 광장과 법원 앞 등에서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15일 선고에서 이 대표 유죄 판결이 확실시되는 만큼 이후 ‘서울역 세력’은 사그라들 것이라는 전망과 오히려 반발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