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중진들 입장문이 尹·韓 동시 저격?…언론의 ‘당정 갈라치기’

2024-10-30     전경웅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조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지난 29일 여당 중진들이 공동 입장문을 낸 것을 두고 일부 언론이 "여권 잠룡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며 "잠룡들이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를 동시에 저격한 것"이라거나 "윤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성명 내용을 보면 오히려 당정 소통과 화합을 촉구하고 있다.

권영세 의원과 김기현 의원, 나경원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공동 입장문에서 우리나라가 당면한 위기 상황에서 당정 간의 갈등이 극심해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은 강대국 패권 경쟁과 동시다발 전쟁으로 백척간두에 서있다. 민생 현장에서는 경제 침체의 그늘에 직면한 국민들이 애타게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정치는 이를 뒤로 한 채 정쟁과 분열의 권력정치 늪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권 내에서 대통령과 당 대표의 내분만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참으로 정치적 리더십 부재라 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당 대표의 방탄을 목적으로 사법부를 겁박하고 탄핵으로 권력을 찬탈하려는 ‘운동권 정치’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결과를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을 향해서는 "우리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할 때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선언한 깊은 책임감과 당당한 자신감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라며 "대통령실은 그때의 책임감과 자신감으로 돌아가 결자해지 자세로 국정의 발목을 잡는 현안 해결에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여당 지도부를 향해서는 "현안 해결에서도 갈등 심화가 아닌 당 안팎의 중지를 모으기 위한 소통에 나서주시길 바란다"며 "최고 권력자 주변에서 발생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정치권이 그 문제에만 매몰돼 본질을 소홀히 하면 국가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정부·여당다움을 회복해야 한다. 통합의 정신과 합리적 대화의 복원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입장문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군 파병, 미국 대선, 특검을 외치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야권에 맞서려면 대통령실과 여당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내용이다. 어디에도 윤 대통령에게 현 난국의 책임을 지라는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정도의 제언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런데 입장문을 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을 부각시키며 ‘잠룡들의 기지개’라거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동시 저격’ 등으로 풀이하는 건 언론이 지나치게 나갔다는 지적이 여권 안팎에서 나온다. 일각에서는 일부 중진이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차기 대권을 노리는 건 정치권에서는 다 아는 이야기다. 하지만 권영세 의원이나 나경원 의원이라고 중량감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오 시장은 그의 PC주의적 정책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특히 젊은 남성층에서는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경원 의원은 정치권에서는 중량감이 있지만 국민들 눈에는 결단력이나 책임감이 부족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결정적인 순간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번 중진 조찬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그런 측면이 오히려 부각됐다.

윤석열 정부 임기가 아직 절반이나 남은 상황에서 여당 중진들이 공동 입장을 낸 것은 벌써부터 대권을 노린다기보다 야권이 추진하려는 ‘탄핵 정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당정 소통과 화합이 절실하다는 점을 호소하려는 풀이가 더 적확하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