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소’가 김정은 속내를 알기나 할까
조선일보 10월 29일자 김대중 칼럼 ‘우크라이나의 남북 대리전쟁’은 참 한심한 글이다. 김씨는 "북한의 참전에 가타부타할 생각은 없다"면서, "다만 한국의 대응이 문제인데,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살상무기를 지원한다면 남북의 코리안이 이역만리 유럽 땅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칼럼의 전체 분량은 2083자. 이중 쓸 만한 내용은 맨 마지막의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을 이탈해 자유를 찾도록 유도하는 심리전이 우리가 할 일"이라는 딱 한 문장이다. 나머지 2000자 정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늙은 소가 여물 씹을 때 내는 의미 없이 웅얼거리는 소리, 바로 그것이다.
"북한의 참전에 가타부타할 생각이 없다", "이역만리 땅에서 남북 코리안의 대치" 등등 이 칼럼의 집필 동기 요소들부터 참 우습고 하찮은 것들이다. 북한의 참전은 당연히 가(可)타가 아니라 부(否)타 아닌가. 그렇다면 북한의 참전을 ‘부타’ 입장에서, 정확한 규범적 총론과 날카로운 각론들이 설득력 있게 제시돼야 할 것이다.
이 칼럼은 너무도 세계 정세에 어둡고, 문제의식 자체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우리민족끼리’ 연장선에 있다. 미국·나토 입장에서 본다면 전 근대 종족주의를 연상할 것이다. 푸틴의 야망이 유라시아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현 시기의 타도 대상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푸틴이다. 여기에 김정은의 파병이 확전을 불러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동서 유럽의 정세는 다음 주부터 달라진 모습들이 나타날 것이다.
세계 정세는 이미 자유 대 독재 간 갈등 구조로 진입했다. 향후 30년은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김정은도 최소한 이 구조를 보면서 용병을 팔아 돈벌이에 나서는 한편 세습정권 보존을 위해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맺은 것이다. 김정은은 젊은 생명을 담보로 러시아의 ICBM기술·군사정찰위성·핵추진잠수함 기술·전투기를 들여와 독재정권을 보존하려 한다. 그렇다면 김대중 칼럼도 바로 이 대목에 메스를 갖다대야 마땅한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1.5~1.8류 수준의 칼럼, 이젠 때려 치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