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욱의 남다른 시선] 좌파에 내준 서울시교육감, 한동훈이 외면한 단 1%

2024-10-29     남정욱 작가·前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남정욱

아직도 여전히 속상하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이야기다.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기 때문에 지난 칼럼에서도 주변에 투표 독려를 부탁드렸다. 그럼에도 투표율은 사전선거 포함 23.5%에 그쳤다. 832만 명 유권자 중 76.5%가 투표를 안 하신 거다. 놀랍다. 입시에 목숨 거는 한국 사회에서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낮을 수 있다는 사실이. 슬슬 짜증이 난다.

좌익 당선자와 보수우익 낙선자의 득표 차는 8만2648표에 불과했다. 보수 유권자 중 1%만 더 투표장에 나갔어도 이런 일은 없었다. 1%다. 겨우 불과 1%다. 좌익 후보가 얻은 득표수는 전체 유권자의 11.6%였다. 열 명 중 한 명이 찬성한 사람에게 1280개 공립학교 교사 4만7000명과 공무원 7000여 명 그리고 한 해 11조 원의 예산을 넘겨줬다.

이번에 권리 행사 하지 않은 보수 유권자들은 앞으로 절대 편향된 교육이 문제네, 이런 소리 하지 마시길 바란다. 교권 추락으로 공교육이 무너졌네, 따위 불평도 일체 금지다. 행한 대로 거두는 거다. 죄의 값은 사망인 거다.

유권자 76.5%가 전부 의도적으로 기권을 한 게 아니다. 언제 하는지, 교육감 선거가 있기는 한 건지도 몰라 투표장에 안 나갔다는 분들을 여럿 봤다. 홍보만 제대로 됐어도 투표장 가실 분 많았다는 얘기다. 1%다. 1%만 잠시 품팔아 투표장 가셨으면 이런 일 없었다. 자, 이제 본격적인 짜증 2탄이다.

교육감 선거의 정치적 중립성이 허울뿐인 얘기라는 지적은 오래전부터다. 이번에도 좌익 후보는 민주당 상징인 파란색 점퍼를 입고 유세장을 돌았다. 보수우익 낙선자는 국민의 힘 빨간색 점퍼를 걸쳤다. 후보들의 입도 뚜렷하게 선명하고 강경했다. 좌익 후보는 이번 교육감 선거를 정권 탄핵으로 가는 징검다리라고 했다. 보수우익 낙선자는 이념으로 오염된 학교를 정화시키겠다고 했다. 좌익보다는 얌전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상 정치 선거인 것이다.

서울 국회의원 선거구가 48개다. 여기서 투표를 독려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만날 헛소리에 가까운 구호 적힌 플래카드는 지겹도록 걸면서 정작 중요한 메시지는 건너뛰신 거다. 물론 정치적 중립성은 형식적으로라도 지켜야 한다. 보수 후보를 찍으라고 명시하라는 주문 아니다. "교육이 문제입니다. 10월 16일은 교육감 선거일입니다." 딱 이 두 문장만 내걸었어도 선거 있는지 몰라 투표장 안 갔거나 알지만 게으른 유권자들 엉덩이 떠미는 건 가능했다. 1%다. 1%만 자극했어도 이런 일 안 생겼다. 여기가 짜증 2탄의 끝이 아니다.

선거 일주일 전인 10월 10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전해졌다. 국민의힘 몇몇 지역구 사무실에서 이를 축하한다는 플래카드를 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 정신입니까. 아니, 댁들 사람 맞습니까.

이제 짜증의 압도적 원톱을 말씀드리겠다.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는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를 지원하기 위해 선거 전 6번이나 부산을 찾았다. 투표 결과를 보시면 알겠지만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가 나는, 애초부터 이길 가능성이 높은 보수 성향 강한 이곳을 무려 여섯 번이나 내려간 것이다. 금정구 유권자가 19만 명이다. 이중 9만 명이 투표했다. 관심이 적었으면 이중 절반도 투표장에 안 나갔을 것이다. 당대표가 뻔질나게 내려오니 사람들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묻고 싶다. 구청장 선거가 교육감 선거보다 더 중합니까(당연히 금정구를 무시해서 하는 얘기 아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선거이니 지원이 곤란했다 변명해도 안 된다. 보수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메시지만 슬기롭게 흘렸어도 충분했다. 안 했다. 납득할 수도, 납득하기도 싫다. 머리 좋다며. 똑똑하다며. 1%다. 1% 때문에 보수우익은 엄청난 인적 자원과 재원을 잃었다. 러시아 혁명 전 레닌 처가 한 말이 있다. 10년만 교육을 장악하면 혁명을 앞당길 수 있다고. 안 무서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