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우크라 후방 교란 가능성"..."식량 보급 잘되면 탈영 없을것"

■ 북한군 특수부대 분석 (상) - 서방과 탈북민의 다른 시각

2024-10-29     전경웅 기자
우크라이나군 정보보안센터가 공개한 화면.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러시아군으로부터 물자를 지급받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보안센터 X 공개영상 캡처

북한이 최정예 부대인 ‘특수작전군’ 1만 2000여 명을 파병할 것으로 알려지자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아직 실전에 투입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전망’일 뿐이다.

일단 국내에서는 북한전문가들과 군을 중심으로 "별다른 효용성이 없을 것"이라거나 "러시아군의 소모전에 총알받이로 사용돼 ‘다진 고기’ 꼴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해외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특수부대는 비대칭전력의 하나로 우크라이나 후방에 침투해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어떤 평가가 맞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러시아군 지휘부가 북한군 특수부대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위험도가 크게 달라질 거라는 점이다.

◇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치열한 각축전 벌어지는 쿠르츠크와 돈바스 전선

북한군 특수부대가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되면 양측의 소모전 양상에 따라 모두 죽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적지 않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각) 미 정부 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이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2년 8개월 간 러시아군 사상자 수가 60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당초 알려진 30만 명의 두 배에 달했다.

매체는 "지난 9월 한 달 사상자 수가 개전 이후 어느 때보다 많았다"라며 "이렇게 사상자가 급증한 것은 하르키우와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지역으로 전장이 확장되고 전투가 격렬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쿠르스크 지역은 당초 전장이 아니었지만 지난 8월 초 우크라이나군의 기습 공격을 통해 전장으로 변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러시아 남서부 국경을 넘어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후 쿠르스크 지역에서 꾸준히 작전을 진행하면서 러시아 영토 1300㎢ 가령을 장악한 채 러시아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치열한 수준은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전장 투입 후 평균 수명이 4시간이라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러시아군 희생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해 9월 러시아군 동태를 분석하는 연구팀은 러시아군 병사의 소집 이후 평균 수명은 4개월 15일에 불과했다. 소집된 병사 중 20%는 2개월 내에 전사했다. 이런 사망률은 쿠르스크 지역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우크라이나 병사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최근 나온다. 북한군이 쿠르스크나 돈바스처럼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전장에 투입되면 북한전문가들과 국방부 등의 전망처럼 ‘다진 고기’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

32개월간의 전투에서 상상 이상의 무능함을 드러낸 러시아군 지휘부이므로, 북한군 특수부대의 특성을 무시한 채 VDV(공수군) 같은 러시아군 정예부대 대신 쿠르스크나 돈바스 지역에 축차 투입할 것이라는 전문가 예측도 있다.

◇ 한미 군사전문가들 "北 특수부대 지나치게 과대평가 돼 있어"

북한군 특수부대의 역량이 과대평가돼 있다는 지적도 한미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의 형편없는 경제력으로 따져보면 6만 명에 달하는 특수작전군을 제대로 된 특수부대원으로 양성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서방국가에서는 특수부대원 1명을 교육하는데 최소 4~5년의 기간과 200만~300만 달러의 양성 비용이 들어가는데 북한에는 그럴 경제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시범을 보인 북한 특수부대의 모습을 보면 저격용 망원조준경을 달고 근거리 지향사격을 하고, 낙하산 침투를 하는데 초보 공수부대원이나 할 법한 방식으로 낙하를 했으며, 적 목표물을 타격할 때도 임무를 분담해서 수행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여기다 제대로 보급도 못 받고 고급훈련도 못 받은 북한군 특수부대가 투입될 쿠르츠크와 돈바스 지역은 가을부터 겨울까지 진흙탕 때문에 괴사한 발을 잘라내야 하는 참호족 유행, 여름에는 오염된 물로 인한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북한군은 투입돼 전투도 하기 전에 막대한 비전투 손실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뿐만 아니라 언어도 통하지 않고 러시아군의 고질적인 문제인 통신장비 미흡 때문에 지휘통제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군 특수부대가 파병 경험이 없고 사용 장비가 낙후돼 있어 실전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북한군은 냉전 이후 러시아군과 연합훈련을 한 적이 없다는 점도 작전 연계 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 탈북민들 "음식만 제대로 준다면 좋아할 것…파병 거부하는 北 군인 없어"

그런데 탈북민들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다. 지난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탈북자동지회 서재평 회장과 여군장교로 10년을 복무했던 탈북민 김다금 씨의 이야기를 전했다. 서재평 회장은 "파병된 군인들은 식량 걱정을 덜 것이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북한만큼 군 보급이 엉망진창인 곳이 없지 않느냐? 러시아는 최소한 음식은 마음껏 먹을 수 있지 않느냐? 고기도 달걀도 주니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 회장은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해외로 나간다는 걸 대단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당연히 자부심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단금 씨도 "북한 군인들은 러시아 파병을 입당의 기회라고 생각해 오히려 자진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군은 당원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러시아 파병을 다녀오면 입당시켜준다는 조건이 꼭 뒤따를 것 같다. 파병 다녀오면 북한에서 경력에 포함되고, 간부 등용에도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에 파병 가는 걸 누구도 꺼리지 않을 것이다. ‘이 기회에 나도 나가겠다’라고 할 것"이라며 "어린 나이에 다녀오면 앞으로 북한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 경력에 포함되기 때문에 탄탄대로라고 생각할 것이다. 싫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씨는 그러면서 "(러시아에) 파병하는 것에 대해 놀라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현재 현역 군인으로 복무하는 상황이라고 하면, 러시아에서 전쟁이 일어났고, 북한군이 파병을 나가야 한다고 하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나갔을 것"이라며 "저도 아직 북한군에 있었다면 당연히 파병에 지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북한군은 전장 투입 후 수명이 2개월도 채 되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다는 사실 때문에 파병을 회피하거나 탈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탈북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북한군 특수부대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음식이다.

지난 15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매체들이 보도했던 ‘쿠르츠크 지역 파병 북한군 18명 탈영사건’도 나중에 확인 결과 이들이 배치된 러시아군 부대가 주변의 치열한 전투 때문에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식량을 며칠 동안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일주일이 채 되기 전에 러시아군 독전부대에 모두 체포돼 후송됐다.

이런 상황을 본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 특수부대를 상대로 "포로수용소에 오면 고기를 포함해 먹고 싶은 것은 배불리 먹을 수 있다. 항복하러 오라"는 내용의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