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尹-보수 디커플링’…또 탄핵할 작정인가
조선일보는 한때 ‘대통령을 만드는 신문’으로 불렸다. 1980년대부터 선명한 우파적 가치관을 대변하며 5공화국의 안정 그리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런 영향력을 바탕으로 우파 정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과 본선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곤 했다. 14대 대통령 김영삼은 사실상 조선일보의 기획력이 만들어낸 정치적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일보의 이런 파워는 뭐니뭐니 해도 의제 설정(agenda setting) 능력에서 나온다고 봐야 한다. 조선일보는 반공 반북 가치관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수호와 발전의 명제를 제기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 이후 조선일보의 이런 의제 설정 능력은 빛이 바래고 있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대선 승리를 막지 못한 정치적 실패에 이어 조선일보의 헛발질은 계속됐다. 결정적인 것이 2016년 박근혜 정권과의 갈등 그리고 사실상의 탄핵 폭탄 던지기였다. 조선일보가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무기로 시도한 정권과의 거래가 불발에 그친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조선일보의 탄핵 폭탄은 우파 진영 나아가 대한민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겼다. 탄핵의 직접적인 결과가 문재인 정권 등장이고, 문재인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미래에 끼친 악마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조선일보만의 책임은 아니지만, 조선일보의 영향과 역할이 없으면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이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런 악몽이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조선일보의 26일자 ‘尹대통령·보수, 디커플링 시작됐다’는 1면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 기사는 우파의 중심이자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던 대구·경북(TK)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며, 이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김건희 여사 문제를 빨리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조선일보의 논조는 협박에 가깝다. 박근혜 탄핵의 원죄를 짊어지고 있는 조선일보가 꺼내기는 적절치 않은 명제다. 한때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던 시니어가 과거의 영광에 매달려 아무도 귀 기울여 듣지 않는 조언을 남발하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