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북한을 공사현장 만든 김정은...“발전소나 지어라”

金, 집권 후 대규모 건설사업 연이어 추진...지도자 이미지 강화 목적 떠들썩한 사업에도 수익 창출은 안돼...건물 완성도 낮고 공급도 열악  金 ‘업적쌓기’ 치중에 건설회사들 자재 조차 부족...중국서 수입하기도 北주민들 “건설에 쓸 돈 있다면 발전소 지어 전기부터 생산해야” 성토 “北경제 30년간 총체적 난국...그럼에도 김정은 자신의 성과에만 집착”

2024-10-24     곽성규 기자
북한이 조성 중인 여명거리에 3000세대 주택에 대한 골조 공사를 완료한 모습. /연합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이 지난 10년 넘게 사실상 건설회사 사장 역할을 해오면서 북한을 거대한 공사 현장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북한의 주민들은 건설에 쓸 돈이 있다면 발전소를 지어 전기부터 생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노동당 39호실(북한 김씨왕조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조직) 고위 관리 출신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KPDC) 대표는 지난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집권 이후 대규모 건설 사업을 연이어 추진해 왔다”며 “그 이유는 자신이 위대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데 있다. 북한에서 진행하는 건설 사업들은 수익을 창출하거나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 대표에 따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건물은 대부분 완성도가 낮다. 건설된 대부분의 주택은 내부 공사가 제대로 끝나지 않아 입주자들이 직접 다시 마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북한의 주택난은 심각하다. 수도인 평양 주택 상황도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리 대표는 “국가에서 아파트를 지어 주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투자한 천문학적인 자금은 회수할 수 없고, 그 결과 국고는 점점 고갈된다. 지금 북한의 건설사들은 사실상 파산 상태나 다름없다”며 “김정일 시대에도 이같은 건설 공사가 계속됐지만, 아파트 수요를 충족시킨 적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선전매체에서 떠들썩하게 홍보하는 대규모 건설 공사들은 모두 김정은이 직접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국가 지도자라기보다 마치 건설 회사의 사장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리 대표는 “김정은은 자신의 직속으로 ‘중앙당 설계실’을 두고, 그 산하에 ‘백두산 건축연구원’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주요 건설 프로젝트의 설계가 이뤄진다”며 “김정은이 지난 10년 넘게 사실상 건설회사 사장 역할을 해오면서 북한을 거대한 공사 현장으로 만들고, 모든 성과를 자신의 이름으로 남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다른 건설 회사들은 설 자리를 잃고, 이름조차 남지 않게 됐다. 이런 방식으로는 국가가 제대로 돌아간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연히 건설 공사 현장에는 시멘트나 목재, 철골 등 필요한 자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각 기관에 분담해 해결하도록 하고, 중국에서 이를 수입해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정권이 전국에 걸쳐 공장과 살림집을 짓고 관광지를 조성하는 등의 사업을 벌이는 것은 민심을 잡고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하지만 현지 북한 주민들은 건설에 쓸 돈이 있다면 발전소를 지어 전기부터 생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리 대표는 “북한의 건설 현장에 가보면 중장비 없이 인력으로 공사를 진행한다. 건설 자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대충 시공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부실하게 지어지기 때문에 지진이라도 나면 전부 무너질 것 같은 상황”이라며 “외부에서는 종종 북한 지도자가 민심을 의식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김정은은 민심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북한 주민들은 지도자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노예들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경제는 지난 30여 년간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대규모 건설에만 집착하고 있다. 지금 북한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전력난, 식량난, 그리고 도로와 철도 같은 교통 시설의 부족”이라며 “북한 주민들은 건설에 쓸 돈이 있다면 발전소를 지어 전기부터 생산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기가 있어야 공장이 돌아가고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데, 나라를 잘못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