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北인권 문제, 감시부터 책임규명까지 행동으로 전환”

한미일, 첫 북한인권 3자 고위급 회의 개최...北인권증진 공약 재확인 공동성명...“北내 정보 접근성 높이고 인권침해 가해자들 책임추궁 촉구” “국제사회 인식 높이기 위해 탈북자‧난민 목소리 지지하고 증폭시킬 것” 북-러 파병 대해선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란 점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 “지금도 2000만 北주민 고통...강제노역 등 현대판 노예” 탈북민 증언도

2024-10-21     곽성규 기자
한국, 미국과 일본 3국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한미일 북한 인권 3자 회의를 개최했다. /연합

“오늘날 북한의 인권 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인권 침해와 남용에 대한 감시에서부터 책임 규명 촉진까지 행동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워싱턴DC 소재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한미일 3국의 첫 북한 인권 문제를 주제로 한 고위당국자 회의가 열린 가운데, 3국은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이같이 밝혔다. 3국은 이날 북한인권 상황을 강하게 규탄하며 정보접근 확대 등 북한인권 증진 공약을 재확인했다.

회의에는 미국 측에서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과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 한국 측에선 김영호 통일부 장관과 조현동 주미 대사가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야마다 시게오 주미 일본대사가 자리했다. 회의는 고위급 당국자들의 비공개 회의에 이어 탈북민 등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개 회의 순서로 진행됐다.

◇ 한미일, 北 인권개선이 한반도 항구적 평화 달성에 필수라는 점 재확인

3국은 이날 비공개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복지 증진을 위한 공약을 재확인했다”며 “이를 위해 우리는 북한 내 독립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북한 내 인권 침해 가해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을 촉구하며,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탈북자와 난민의 목소리를 지지하고 증폭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억류자와 그 외 부당하게 구금된 자, 미송환 전쟁포로와 더불어 이산가족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촉구하는 공동의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성명에서 3국 대표들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이들은 “북한 정권이 여전히 세계 최악의 인권 침해 국가 중 하나로, 자국 영토와 해외에서 인권 침해와 학대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즉결 처형, 암살 그리고 일본, 한국 및 그 외 외국인을 포함한 납치, 고문, 불법적이고 부당한 구금 등의 행위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보고가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일본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한반도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전을 지지하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에 대한 지지도 거듭 확인했다”며 “3국 정부는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 따라 우리의 비전을 공유하고,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해도 굴하지 않으며, 현재와 미래에도 북한의 인권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기 위한 단합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3국 “북한에서 정보 접근 높일 수 있는 여러 조치 취하기로 약속” 강조

“3국 정부가 (북한에서) 정보에 대한 접근을 높일 수 있는 여러 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기술 분야 업계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해가는 체계에 더 많은 정보가 유입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는다.”

비공개 회의 후 이어진 공개회의 모두 발언에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등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탈북민과 망명자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고, 그 도전을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군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가 점점 더 어려운 시기로 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무기를 넘어서는 인력을 지원하는 데 대한 구체적인 징후가 있고, 우리는 이를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이것이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전했다.

더불어 “이는 우리의 업무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세계 정치와 관련해선 불길한 새로운 전개”라고 우려했다.

◇ “북한 인권상황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생존자들 증언”

한국의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공개회의에서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 중 하나로, 외부 접근이 극도로 제한돼 있다”며 “북한의 인권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하는 것이다. 때 묻지 않은 진실을 전하는 생존자들의 목소리는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강력한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김 장과은 이어 최근 북한이 ‘요새화’ 노력의 일환으로 장벽 건설에 돌입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러한 물리적, 정신적 장벽은 주민들의 자유 세계 열망에 대한 정권의 두려움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 시라큐스 대학 정치학과에 재학중인 탈북민 저스틴 씨의 증언도 이어졌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현대판 노예’”라며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저스틴 씨는 “북한에 있는 모든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북한을 탈출하면 저처럼 무궁무진한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에는 지금도 2000만 명의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오늘도 그 분들은 국가에 의해서 강제 노역을 하는 현대판 노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