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주창한 ‘아시아판 나토(NATO)’ 구상

2024-10-20     구필현 기자
김선호 국방부 차관(오른쪽)이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회의에서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가운데), 호주·일본·뉴질랜드 장관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 차관은 일정상 이유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대신해 한국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브뤼셀=연합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주창한 ‘아시아판 나토(NATO)’ 구상은 아시아 국가들이 집단 자위권을 바탕으로 한 안보 체계를 구축하자는 아이디어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모델을 동아시아 지역에 적용하려는 시도다.

이 구상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겨지며,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장기적인 고려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한계와 복잡한 국제 정세로 인해 단기 및 중기적인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19일(이하 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이 보도했다.

美허드슨연구소의 동아시아 전문가인 케네스 와인스타인는 닛케이와 같은 날 인터뷰에서, ‘아시아판 나토’ 구상은 장기적인 검토 가치가 있으나 현재의 국제 정세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운 상태라고 언급했다.

그는 일본의 헌법이 상호 방위를 허용하지 않으며,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국과의 경제적 의존성 때문에 군사적 동맹에 참여하기를 꺼리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또한, 와인스타인은 필리핀, 일본, 호주 간의 상호방위조약 체결 가능성은 인정했지만, 그 이상의 진전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와인스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기에 강화된 한·미·일 관계가 현 상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한·미·일 협력과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 안보 협의체)와 같은 다자간 안보 정책이 계승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작한 그는 다만, 오커스(AUKUS, 미국, 영국, 호주의 안보 동맹)에 대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와인스타인에 따르면,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인식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면 ‘아시아판 나토’의 실현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국가 간의 상이한 안보 우선순위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때문에 단일한 안보 체계를 구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특히 한국은 북한 문제를 우선시하며,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입장이 강하다고 관측했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 (중국 국방부 제공) . /연합

한편 시게루 일본 총리가 주장해 온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구상은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국방부의 우첸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아시아판 나토’를 자국을 겨냥한 배타적 군사동맹으로 간주하며, 일본이 근거 없는 ‘중국 위협론’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우첸 대변인은 일본이 평화헌법과 전수방위 정책의 제한을 깨면서 군비를 증강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아시아 이웃 국가와 국제 사회의 높은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의 인태지역 안보전문가들은 결국 ‘아시아판 나토’ 구상은 일본과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더욱 명확해지고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안보 협력이 강화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워싱턴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워싱턴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아시아의 안보를 위한 다자간 협력 체제를 구축하려는 구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판 나토’가 진정한 다자간 안보 동맹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상호 방위와 경제적 이해관계의 균형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가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