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형의 온라인태클] 노벨문학상 수상과 역사 논쟁

2024-10-14     이충형 前 중앙일보 기자
이충형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탔다. 저녁 술자리에서 이 속보를 접한 필자도 눈물을 찔끔한 정도의 ‘빅 뉴스’였다.

한강의 노벨상 뉴스가 발표된 다음날 국내 서점가는 모처럼 아침부터 ‘오픈런’과 ‘품절 대란’이 벌어졌다. 영상 문화에 익숙한 MZ세대는 SNS에 ‘한강 책 인증 챌린지’ 행렬을 이어갔다.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문학상을 발표한 10일 저녁부터 11일까지 한강의 책들은 교보문고, 예스24 등 국내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싹쓸이하며 3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외신들이 "한국의 카프카"라는 극찬을 쏟아내며 해외 서점가에도 ‘한강 돌풍’이 불고 있다.

한강은 제주 4·3, 5·18 등 한국 현대사를 다룬 작품들을 썼다. 노벨상의 감동이 가라앉자 그의 역사적 시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글들이 온라인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국전쟁이 대리전쟁이라는 비뚤어진 역사관을 가진 작가", "노벨상이 진리 그 자체는 아니다", "한강 작가의 역사 인식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유럽인들은 한국의 현대사에 무지하고 관심도 없다", "노벨상 탔다고 이순신 장군 대하듯 추앙하는 건 아닌 듯" 같은 내용들이다.

최서원 씨의 딸 정유라 씨는 "4·3, 5·18 옹호를 소설이라는 이유로, 어쨌든 그동안 노벨상이 없었으니 감사하자는 마음으로 우파 역시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아 찝찝하다"며 "원래 좌파는 감성적이고 이성적이지 못하다. 그 부분이 우파와 좌파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 생각하는데 무슨 상을 받건 왜곡은 왜곡"이라고 직설했다. "한강 작가는 이름을 대동강으로 바꾸라"는 글도 올라왔다.

대한민국 소설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건 감격스러운 일이다. 그간 황석영·고은 같은 작가를 정부 차원에서 밀어줘도 못 이룬 일이다. 데버라 스미스 같은 번역가의 몫도 크다. 찜찜한 건 한강의 역사관에 대해 국내에서 또다시 역사 논란이 지필 것 같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