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속 불편한 中華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이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유명 셰프들(백수저)과 요식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셰프(흑수저)들이 서로 대결하는 구도로, 넷플릭스 비영어권 순위 1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우리나라 콘텐츠의 흥행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지만, 아쉽고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우선, 예능적인 설정이라 해도 엄연히 지향점이 다른 분야의 요리사들을 ‘흑수저·백수저’ 계급으로 나누어 경쟁 구도를 만드는 방식은 의아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프로그램에서 지나치게 자주 등장한 중국 요리나 조리법이다.
물론 다양한 나라의 음식문화가 한국식으로 재해석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양한 중식 요리를 즐겨 먹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콘텐츠를 통한 문화의 파급력이 막강해졌음을 고려한다면, 조금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흑백요리사’에는 많은 중식 요리사들이 한국의 대표 요리사로 비중을 차지하고, 중국식 요리법도 많이 나온다. 심지어 ‘홍소육’처럼 우리에게는 생소한 음식까지 등장하는데, 돼지고기를 간장과 설탕에 졸여 만든 홍소육은 마오쩌둥, 저우언라이가 즐겨 찾던 중국인의 ‘소울 푸드’라고 한다. 반면 한식 전문 셰프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한식의 대표 메뉴 비빔밥을 선보인 인물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비치기까지 했다.
"중화풍" 운운하던 참가자 중 ‘중화’(中華)라는 단어가 ‘중국이 세상 모든 문명의 중심’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인물은 몇이나 될까? 우리 문화 전체를 ‘동이’(東夷, 동쪽 오랑캐)라 부른 ‘화이사상’(華夷思想)의 요체를 읊어댄 것이다. 이 정도면 중화요리(中華料理) 간판을 내건 식당이나, 고상한 체 "중화요리 먹자"라는 사람들도 조금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아 불법으로 해당 영상을 시청하는 일부 중국인들은, ‘중국 음식의 영향력은 명백하다’, ‘역시 한국에는 고유의 음식이 없다’라며 또다시 그들만의 정신 승리를 해내고 있다. 대한민국을 속국인양 행세하고 ‘잘 나가는’ 한국 것은 모두 중국이 원조라 주장하면서 말이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사인 스튜디오 슬램(SLL)은 중앙일보, JTBC를 보유한 중앙그룹의 자회사로, 중국 대기업인 텐센트가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알고 나면 양 팀을 나누는 기준이 우리에게 익숙한 ‘청백전’이나 ‘흙수저·금수저’가 아닌, 중국의 바둑처럼 ‘흑백전’인 것도 괜히 신경 쓰이기까지 한다.
물론 이러한 우려가 과장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지금, 중국은 자본력을 앞세워 세계를 어지럽히고 있다. 우리의 콘텐츠가 우리 문화를 스스로 깎아내리지 않도록, 나아가 ‘중국 중심주의’에 이용되지 않도록 사소한 부분부터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