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한반도 넘어 아세안‧인태까지 주도적 역할 확대한다

한국-아세안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수립에 전문가들 긍정 평가 “한국, 동북아 넘어 전략적 파트너 인정받고 중요한 역할 하기 원해” “대중국 의존도 큰 한국, 무역‧경제 파트너 다양화 전략으로도 타당” “남중국해 문제 논의, 중추적 글로벌 국가 되기위한 역할 강화한 것” “인태 국가들 간 네트워크 개발하려는 미국 전략과도 매우 잘 부합”

2024-10-11     곽성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손싸이 시판돈 라오스 총리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대한민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과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수립’을 하자 전문가들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한반도를 넘어 아세안과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역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尹대통령, 역내서 더 큰 역할 하겠단 뜻 지속적으로 밝혀 와”

미국 보수주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각) 한국과 아세안이 정상회의에서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에 대해 11일 미국의 소리(VOA)를 통해 “한국이 국경을 넘어 역내 공동 도전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지난 2022년 12월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볼 수 있듯이 윤석열 대통령은 역내에서 더 큰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며 “이번 조치는 계속 이어져 온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공동성명에서 북한 문제 뿐 아니라 남중국해 문제와 경제, 사이버 안보, 사회 문화 등 다방면의 협력 의제가 구체적으로 다뤄진 점을 언급하며 “한국이 역내에서 역할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 영향력이 가장 큰 사회과학 연구소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도 같은날 VOA를 통해 “한국과 아세안 간 협력 강화가 최근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자 하는 중요한 시기에 이뤄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아세안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것은 한국이 이들과 경제-외교 영역을 넘어선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한국은 동북아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받고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 韓-아세안 공동성명, 경제협력 강화 측면 중점 둔 것에 주목

데이비드 필즈 위스콘신주립대 동아시아학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20년간 주로 외교·안보 분야에 국한해서 관계를 맺어온 한국과 아세안이 이번 공동성명에서 경제 분야 협력 강화 측면에 중점을 둔 것에 주목했다. 

필즈 부소장은 10일 VOA를 통해 “제조업과 무역 부문에서 대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이 미중 관계 갈등 국면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이에 대한 활로를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무역 및 경제 파트너를 다양화하려는 한국의 전략은 타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군사문제에 대해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미국의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단순히 한반도에만 집중해서는 안보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점도 이번 아세안과의 협력 확대에서 눈에 띄는 점이라고 밝혔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VOA를 통해 “한국은 첨단 전자제품이나 특수 소재, 주요 광물 등 북한의 무기에 필요한 것들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전 세계 여러 나라와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싶어한다”며 “아세안과의 안보 협력 확대는 이런 차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韓, 역내 평화‧발전에 더 많은 기여 할 준비가 돼 있단 신호”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이번 한-아세안 공동성명에서 두드러진 또 한가지 특징으로 ‘남중국해 문제와 항행의 자유’에 대해 언급한 것을 꼽았다. 그는 “남중국해 안팎의 ‘평화와 안정, 안보, 안전, 항행의 자유’에 대한 모든 당사국의 약속은 한국이 이 첨예한 분쟁 해역의 영토 및 법적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10일 VOA를 통해 “역내에서 한국의 역할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며 “현재 한국이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를 강조하는 것은 한국이 역내 평화와 안보, 안정, 발전에 더 큰 역할을 하고 더 많은 기여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미국 내 최고 중국 관련 싱크탱크로 불리는 헌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안보석좌도 이날 VOA에 “아세안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불법적이고 강압적인 작전을 중단시키거나 미얀마의 장기적인 내전을 막지 못했더라도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이 역내 다자 외교 체제를 지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중국해 문제를 주요 의제로 논의한 것은 한국 정부가 아세안과의 이니셔티브를 강조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지원하며 중추적인 글로벌 국가가 되기 위한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美 인태 전략과도 일치...‘시너지 효과’ 낼수 있을 것으로 기대 

전문가들은 한국이 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협력의 틀을 넓히고 역할을 확대하려는 전략이 미국의 인태 전략과도 일치한다면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무부 출신의 토머스 신킨 알스트리트연구소 정책국장은 VOA를 통해 “한국이 자신을 역내 플레이어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과 외교, 안보, 무역 정책에서 북한만이 아닌 다른 방향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신호”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것은 미국의 입장에서도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 간 네트워크 또는 상호 연결망을 개발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매우 잘 부합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중국을 억제하고 역내 균형을 맞추는 측면에서도 미국은 환영하는 입장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한미일 3국에서 향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역내에서 북한과 중국이 제기하는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 포괄적인 협력을 넓히려는 기조는 유지·확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미일 3국 간 인도태평양 역내 협력 강화 추세 속에서 한국이 역내 역할을 더욱 확대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이익”이라며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중국의 압박에도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실행력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