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전쟁 비용에 이스라엘 경제 '휘청'...인재 유출도 심각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1년 넘게 이어가면서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여러 전선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경제는 재정 악화, 신용등급 하락, 그리고 노동력 부족 등의 문제에 직면하며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특히 관광, 건설, 농업 등 주요 산업이 전쟁의 여파로 크게 위축되었으며, 재정 건전성도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이스라엘의 경제적 불안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지난 1일 글로벌 신용평가업체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스라엘의 장기 국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추고, 전망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무디스도 또한 기존 ‘A2’에서 ‘Baa1’으로 두 단계나 낮췄고, 피치 역시 이스라엘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하면서 가자지구 분쟁이 2025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스라엘 경제의 주된 성장 동력 중 하나였던 방위산업은 그나마 활기를 띠고 있지만, 관광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스라엘 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이스라엘을 방문한 관광객은 전년 동기간 대비 약 25%에 불과한 5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으며, 이스라엘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에 따르면 전쟁으로 인한 직접 비용은 1000억 셰켈(약 35조 원)을 넘어서며, 여기에 간접 비용까지 합산할 경우 전쟁 비용은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부채 비율도 크게 증가해 2023년 말 62%였던 부채 대 GDP 비율은 67%로 상승했다. 정부 적자 역시 예상치를 초과해 GDP의 8.3%에 달했다.
한편 전쟁과 함께 이스라엘 엘리트 계층의 해외 이주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학계와 의료계를 비롯한 두뇌 유출이 심화되면서 장기적인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스라엘에서 지난해만 해도 약 3만~4만 명이 순유출되었다고 보도하며, 이스라엘 사회에 있어 심각한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아론 치카노베르 교수는 인질 석방과 휴전 협정을 촉구하며, 인질 송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스라엘 사회의 기본적인 사회 계약이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두뇌 유출 가속화 현상을 이스라엘 엘리트들이 더 이상 이 나라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결과로 분석하며, 이들이 없으면 이스라엘의 미래는 더욱 암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스라엘 경제학자들은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회복이 더디고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스라엘 중앙은행 전 총재인 카르닛 플루그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경제 활동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이라며, 현재 경제 지표들의 악화가 단기간에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타임즈어브이스라엘은 6일 보도했다.
또한 이스라엘 경제연구원은 9월 보고서에서 "이스라엘 경제가 내년까지도 회복 조짐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과 외국인 투자 감소가 이스라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스라엘의 올해 2분기 GDP 성장률은 0.3%로 급락했으며, 이는 전쟁 전 IMF가 예상했던 3.4%의 성장률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이스라엘이 겪고 있는 경제적 위기는 단순한 전쟁 비용 증가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첨단기술 부문에서 활동하던 인재들이 국외로 떠나면서 이스라엘이 주권적인 유대인 국가로서 존재할 수 없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