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욱의 남다른 시선] 보수 단일후보 조전혁, 좌파 조희연의 10년 지운다
오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이 보수 진영 단일 후보로 나선다. 보수가 단일 후보를 낸 건 2012년 문용린 이후 12년 만이다. 일단 단일화에 동의해준 안양옥, 홍후조 두 분께 고맙다. 트집 잡기로 마음먹으면 한없이 물고 늘어질 수 있는 게 경선 룰이다. 그래서 고맙다.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을 한 박선영에게도 감사드린다. 지난 번 교육감 선거에 조전혁, 박선영 두 분이 같이 출동하는 바람에 난처했다. 어쩌다보니 두 사람 모두 안면이 있었는데 다행히 두 분 모두 인격자라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같은 상황은 겪지 않았다.
조전혁과 인연은 전교조 덕분이다. 조전혁은 전교조 교사 명단을 공개하는 바람에 이들에게 시달리고 있었고 필자는 전교조 관련 책을 막 출간한 때였다. 반(反)전교조 토론회에서 처음 만났는데, 원래 사람은 같은 것을 좋아할 때보다 싫은 게 같을 때 더 잘 뭉치는 법이다. 말이 잘 통했고 술은 더 잘 통했다.
오십 년 넘게 살았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문화가 있다. 술자리 한 번 하고 대뜸 형, 동생 하는 혈족 맺기다. 고아원도 아니고 무슨 미친 짓이야 했는데 그날 자리가 파할 무렵 그에게 자연스럽게 그 호칭을 쓰고 있었다. 입에 발린 소리에 소질이 없고 구질구질 타협과도 담을 쌓은 스타일이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이건 그냥 사적인 인상비평이고.
이번 교육감 선거의 키워드는 심판이다. 조전혁은 조희연 10년을, 좌익 진영 정근식은 윤석열 정부의 졸속과 불통 교육을 타깃으로 삼았다.
정근식은 현 정부가 교육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면서 역사 왜곡과 친일 교육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경제와 군사에서 이미 일본을 추월한 상황에서 자기보다 못한 상대를 가까이 하고 배우겠다는 교육이 대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하다.
정근식은 또 이런 말도 했다. 학교 공동체가 갈등과 상처로 얼룩져 있고 선생님들이 긍지를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웃음도 안 나온다. 이거 자기들이 저지른 일이다. 학생인권조례로 학교가 망가진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선생님들이 긍지를 잃은 끝에 목숨까지 버렸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없다.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가 범죄 사실을 떠들고 자기가 범인을 잡겠다는 꼴이다.
조전혁은 두 가지를 내걸었다(필자가 요약했다). ‘학생권리의무조례’ 제정과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격차 개선이다. 다른 말로 하면 학교를 학교답게 그리고 대규모 개천용 육성 사업이겠다. 조전혁의 주장은 이렇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멋대로 해도 선생님이 제재를 못하니 교실이 붕괴되고 교실이 붕괴되니 수업이 무너지고 그 결과 최대 피해자는 헌법에 보장된 교육받을 권리를 잃어버리는 학생이라는 얘기다. 권리만 주고 의무는 안 알려주는 학생인권조례는 학생 스스로 퍼마시는 독약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건 두 번째 공약인 교육격차 해소다. 조전혁의 가장 큰 장점은 그가 경제학자라는 사실이다. 그는 공교육을 ‘정규 시장’으로 학원을 ‘암시장’으로 표현했다. 사교육 대책은 항상 학원을 타깃으로 삼아 규제부터 하는데 이런 저질 정책으로는 필패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정규 시장인 학교 교육을 경쟁력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조전혁의 주장에 매우 동의한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공교육이 할 일은 사교육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머리는 있지만 그 어떤 조력자도 구할 수 없는 아이들의 편이 되어 모든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 공립학교와 선생님들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이런 교육이 펼쳐지는 학교를 보고 싶다.
후보 단일화로 짐은 조전혁과 보수 성향 서울 시민들이 나누어 지게 됐다. 낮은 참여율이 예상되는 선거다. 답은 주변에 대한 투표 독려다. 보수의 분열로 선거에서 졌다는 핑계가 이번엔 안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