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궤멸작전

2024-10-01     이선근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前 리비아대사관 공사참사관
이선근

2023년 10월 7일 가자 전쟁 후 거의 1년간 지속된 대(對)하마스 공세가 마무리됐다고 판단한 이스라엘이 주변으로 눈을 돌렸다. 전쟁 목표를 주변 위협세력 무력화로 변경한 것이다. 최우선으로 국경 지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이어온 레바논 내 무장조직 헤즈볼라 궤멸 작전에 나섰다.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은 9월 17일 헤즈볼라 통신망인 삐삐와 무전기를 마비시키면서 전격 시작됐다. 이후 헤즈볼라 거점과 무기고, 미사일·로켓 발사대를 파괴했고 마침내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9월 30일 지상군을 레바논에 진입시켜 헤즈볼라에 대한 제한적·국지적 공격을 시작했다. 이스라엘 지상군 진입으로 헤즈볼라와의 전쟁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쟁 확산 및 격화 여부는 헤즈볼라가 조직 재건을 얼마나 빠르게 하느냐, 레바논 내 전략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이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헤즈볼라로서는 자체 전력만으로 이스라엘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공세와 함께 9월 30일 대대적인 공중 폭격을 통해 예멘 후티 반군의 핵심 인프라를 파괴했다. 이같은 공세는 향후 시리아와 이라크 내 ‘시아 저항의 축’ 지원 세력을 대상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EU·UN 등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공세에도 중동지역 안정을 위해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의적이며 독단적인 행동에 당혹감과 무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독단적인 공세는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이스라엘로서는 이번 전쟁을 기회로 자국 주변의 상시 위협세력을 무력화하고 ‘시아 저항의 축’ 핵심인 이란도 손보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란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 한 이란을 공격할 마땅한 명분은 없다.

이스라엘이 하마스·헤즈볼라·후티 반군을 동시에 공격하고 있으나, 엄밀하게 말하면 이들은 국가가 아닌 무장세력이다. 이스라엘 전력이 압도적이어서 그들이 설정한 전쟁 목적 달성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다만 대공세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는 인도주의적 재앙이 우려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