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범죄 군 암구호 거래…군 부패 뿌리뽑아야
최근 군 발표에 따르면 충청도 지역 모 부대에서 군에서 사용하는 암구호를 사채업자에게 알려 주고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려 쓴 사건이 발생했다. 정보사에서 발생한 블랙요원 리스트 유출 사건 등 빈발한 군 기강 문란 사건으로 국민적 우려가 커진 가운데 또다시 발생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군의 암구호란 짤막한 ‘문어’(問語)와 ‘답어’(答語)로 구성된 3급 군사비밀이다. 예를 들어 ‘화랑’이라고 물으면 ‘담배’라고 대답하는 형태로 피아(彼我)식별을 위해 운용하는 것이다.
아군이라면 지정된 질문에 정해진 답변을 함으로써 신원을 확인할 수 있지만, 문어에 답변하지 못하거나 틀린 답을 하면 거동수상자나 적군으로 간주되어 전시에는 바로 사살될 수도 있다. 그러니 생사 갈음의 수단이기도 하다.
암구호는 적에게 유출되어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일 일정한 시간에 바꾸고 바뀐 내용은 즉시 전 부대원에게 전파한다. 전파 방법도 절대 비밀유지를 위해 통화나 문자 등으로 주고받지 못하게 하며, 반드시 사람 대 사람 대면을 통하여 실시된다. 그래서 야간 작전에 투입되는 장병을 군장검사 할 때 그날의 암구호를 숙지하고 있나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군에서의 피아식별 방법은 오랜 옛날부터 발전되어 왔다. 주간에는 복장이나 부대의 깃발로 구분할 수 있었지만 사물이 분간되지 않는 야간에는 육성을 통해 물어보고 답변하는 식으로 피아를 구분할 수밖에 없었다. 숫자 맞추기 방법, 즉 "오늘은 12를 암구호로 정한다"라고 했다면 문에서 ‘10’을 말할 때 답으로 ‘2’를 말해서 합을 ‘12’로 만드는 식으로 피아를 구분하는 방법도 사용됐다.
현재 우리 군에서 사용하는 방법은 상급부대에서 사전에 정한 낱말을 암호화해 예하부대에 하달하고 이를 해독해 전 장병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유출될 경우 암구호 자체뿐 아니라 군의 암호 체계마저도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이렇듯 중요한 비밀체계를 사채업자에게 알려주고 돈을 빌려 쓰는 수단으로 삼았다고 하니, 그 발상 자체가 이해되지 않을 정도다. 얼마나 군의 기강이 해이해졌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면밀한 조사와 철저한 사후조치를 통해 다시는 국민을 한숨짓게 하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