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오미크론 쇼크’...정부 위기관리능력 시험대 올라

2021-12-05     양철승 기자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2차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월 24일 공급망 안정화 관련 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충북 청주 소재 KSM메탈스를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희토류 산화물 관련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

코로나 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국내 산업계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 오미크론 쇼크가 2차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과 요소수 사태로 대변되는 1차 글로벌 공급망 붕괴 이후 전방위적 대책 마련에 나섰던 정부의 위기관리 역량이 본격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국내 오미크론 확진자 수는 전날 9명에서 3명이 늘어 총 12명이 됐다. 지난 1일 나이지리아에서 귀국한 40대 목사 부부의 국내 첫 오미크론 감염이 확인된 지 5일 만의 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오미크론 변이의 존재가 보고된 지난달 24일 이후 단 10여일 만에 최소 40개국에서 전파가 이뤄지지는 등 각국 보건당국도 긴장에 빠졌다.

국내 산업계는 시계 제로의 안갯속에 빠졌다. 오미크론이라는 악재가 조금씩 정상화를 향해 나아가던 글로벌 공급망 생태계에 카운터 펀치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지난 델타 변이 확산 당시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지구촌의 공장이라 불리는 아시아 국가의 셧다운과 설비 가동 중단으로 물류난이 가중되면서 세계 산업계가 몸살을 앓은 바 있다.

이미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처럼 빠르게 확산되면 산업생산과 실물경제가 위축돼 세계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측치보다 0.4%p 낮은 4.2%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역시 기존 4.5%에서 4.2%로 하향했다. 생산 차질, 항만 병목현상, 컨테이너·선박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세계 무역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물류업계 구인난 심화 가능성에 큰 고민을 표명하기도 했다.

삼성, LG, SK,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도 당장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취합된 계열사별 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그룹차원의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마다 오미크론 리스크를 반영해 내년 사업계획을 조정하느라 분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기업 자체 노력만으로 타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동차업계의 시름이 크다. 차량용 반도체 및 부품 공급난으로 지난 10월 국내 자동차 생산이 전월보다 5.1% 감소하는 등 올해 내내 이어진 생산 차질이 자칫 심화되거나 고착화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오미크론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를 수립 중이다. GM, 토요타, 르노 등 주요 완성차 메이커 역시 비상회의를 갖고 차량용 반도체 생산의 80%를 담당하는 동남아시아에 직원을 급파하는 등 충격 최소화에 본격 나섰다.

재계는 이 같은 오미크론 쇼크가 정부의 통상분야 위기관리 역량을 확인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부터 수출입물류 비상대응전담반(TF) 운영을 포함한 범정부적 물류애로 해소 방안을 논의·모색해왔던 만큼 오미크론이라는 시험으로 실효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위 관계자는 "내년 국내 산업계가 세계무대에서 연착륙할지, 경착륙할지 여부는 정부의 대응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요소수 때와 같은 사후 약방문이 재현된다면 정권교체 열기에 기름을 붓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