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통일 거부'와 짜맞춘 임종석의 "통일 반대"
예상됐던 일이다. 문재인 정권 시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이 김정은의 ‘남북 2국’에 동조하면서 "통일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임종석은 지난 19일 ‘9·19 평양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내려놓자"며 대놓고 김정은의 남북 2국을 추종했다. 그는 대한민국 영토(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규정한 헌법 3조를 개정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및 통일부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석은 80년대 전대협 의장을 지낸 친북 주사파 골수. 친북좌파 진영의 ‘빅 스피커’가 김정은의 남북 2국에 동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대남사업 전례로 보면, 북한당국이 임종석의 입을 통해 남한에 남북 2국론이 퍼져나가게 만드는 전술로 파악된다.
임종석의 발언이 나가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0일 "남북 관계 변천사를 회고해 볼 때 지금 시점에서 통일은 불가능하게 됐다"며 "임 전 실장의 얘기가 옳다고 생각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도 이미 지난 5월 남북 2국론에 동조한 바 있다.
친북단체인 범민련 남측본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북한의 방향 전환에 따라 ‘자주연합’ ‘자주통일평화연대’로 이름과 노선을 바꿨다. 이들의 강령에 ‘통일’은 빠지고 평화·자주·반제국주의가 강조되고 있다.
문제는 국회를 비롯해 좌파 언론·시민단체 등 남한 내 좌파 진영에서 김정은의 남북 2국론 바람이 제대로 불지 않는 데 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 볼 때 ‘내가 한마디 했으면 알아서 행동해야지, 뭣하고 있나?’라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임종석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따라서 임종석의 이번 발언은 남한 내에서 ‘자주연합’ ‘자주통일평화연대’ 등 일부 친북단체들의 수준에 머물러 있던 남북 2국론을 각종 친북좌파 시민단체→언론 매체→국회로 확산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간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하자면, 임종석의 이번 발언이 남북 2국론을 남한 제도권으로 상륙시키려는 신호탄인 셈이다.
향후 한국진보연대와 산하 대학생 조직인 대진연 등을 비롯한 수많은 친북 시민단체들의 남북 2국 주장이 뒤를 잇고, 이를 좌파언론들이 보도하며, 이같은 보도를 근거로 야당 의원들이 상임위와 국정감사, 대정부 질의 등을 통해 전파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사회 일각에서 김정은의 남북 2국론은 ‘통일반대 선언’이며, 이는 곧 ‘남북한 단절 선언’이기 때문에 북한이 기존의 대남사업을 지속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김정은의 남북 2국론은 한류 등 사상·문화 정보 유입을 차단하고 세습정권을 보존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대남사업을 통해 남한 내부를 둘로 갈라놓는 전략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김일성은 생전에 "남조선은 우리보다 인구가 두 배이고 배후에 미국이 있기 때문에, 남조선 사회를 둘로 가르고 미국과 남조선을 가르는 일을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고 했다. 김일성의 이 교시를 북한당국이 포기했다는 어떤 증거도 아직 발견할 수 없다.
최근 자유보수 진영 일각에서도 차라리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정립해 국제법을 적용하는 것이 남북협력과 안보관리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섣부른 주장이 있다. 서독은 통일할 때까지 서독사회 내부에서 동독을 국가로 인정한 사례가 없다. 동서독도 유엔에서 국가 대 국가 관계였지만 서독의 변함없는 연방헌법 원칙이 끝내 통일을 성사시킨 사실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남북 2국론은 반헌법·반통일 선언임에 분명하다. 나아가 반인권 선언이다. 대한민국이 남북 2국을 받아들이면 생존을 위해 지옥 같은 수령독재에서 탈출한 ‘우리 국민’ 저 탈북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들이 외국인인가? 대한민국 국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