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자연임신 '오둥이' 탄생..."세계에서도 드물어"
"막상 다섯을 낳으니까 교육적인 다짐같은 것 필요 없이 자유롭게, 재미있게 키우겠다는 생각만 들어요. 아이들이 우선 건강하기만 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결혼해 최근 ‘오둥이’ 아빠가 된 김준영 씨는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다둥이 아빠가 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처음 아기집 5개를 확인했을 때는 다섯쌍둥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아내와 함께 육아라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섯쌍둥이 출산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1년 다섯쌍둥이가 태어나 화제가 됐다. 3년 만에 다섯쌍둥이가 태어났지만 김 씨 부부처럼 자연임신으로 다섯쌍둥이가 생겨 건강하게 태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신 준비 과정에서 알게 된 아내 사공혜란 씨의 다낭성 난소증후군 치료를 시작할 때만 해도 김 씨는 가족계획엔 아이 한두 명뿐이었다. 정확한 배란을 유도하는 첫 치료 후 바로 자연임신에 성공했다. 다행히 빨리 찾아온 아가에게 ‘팡팡이’라는 태명을 지었지만 곧 쌍둥이로 확인됐다. 그것도 둘이나 셋이 아닌 다섯쌍둥이라는 얘기에 걱정이 먼저 앞섰다.
실제로 아내 사공 씨가 아이들을 품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체구가 작은 편인데 배가 불러오는 속도가 너무 빨라 몸을 가누기조차 쉽지 않았다. 다섯쌍둥이 분만을 담당했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측은 "체구가 작은 산모는 출산 예정일인 12월이 되기 훨씬 전부터 만삭처럼 배가 불렀다"라며 "임신과 합병된 고혈압성 질환인 전자간증(임신중독증) 진단으로 출산을 더 미룰 수 없어서 27주에 수술을 결정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개원 후 처음 있는 오둥이 분만을 위해 산부인과는 물론 마취통증의학과, 소아청소년과 김세연 교수, 분만실 전담간호사 등 다학제 의료진이 사전 계획을 철저히 세웠다. 첫째부터 다섯째까지 적혀 있는 신생아 발찌, 신생아 기록지, 인큐베이터 모두 각각 5개씩 준비했다. 20일 오전 11시 37분 첫 번째 남자아이가 나오고 순차적으로 수술이 이어졌다. 다섯 번째 아가까지 수술실 내 처치를 마치자마자 안전하게 집중치료실로 옮겼다. 남자아이 3명과 여자아이 2명이었다.
기존 ‘팡팡이’였던 태명은 다섯 아기에 맞춰 ‘팡팡레인저’로 바꿨다. 멤버가 다섯명인 애니메이션 파워레인저에서 따왔다. 김 씨 부부는 이제 아기들에게 지어줄 새 이름을 고민중이다. 12월까지 인큐베이터에 머물러야 하는 아기들이 퇴원한 이후 본격적인 육아에 돌입한다. 김 씨는 "임신·출산으로 고생한 아내에게 고생 너무 많이 했다고 말하고 싶다"라며 "다태아를 임신한 다른 부모들도 힘내시길 바란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