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매각 대신 분사 ‘승부수’…삼성전자엔 ‘위기’ 되나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를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인텔은 지난 2021년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하며 ‘반도체 왕국’ 재건을 노렸지만 투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막대한 적자가 지속됐다. 앞서 인텔은 지난 2분기에도 2조원 넘게 손실이 났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전체 직원의 15%를 해고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3년 전 파운드리 사업에 복귀할 때 인텔은 전 세계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자사 물량 규모를 믿고, 반도체 제조 부문에 의욕적으로 투자했다. 인텔의 CPU만 찍어내도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에 맞먹는 수주 실적을 쌓을 수 있는 데다 유일한 미국 파운드리 기업이라는 강점까지 앞세워 미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 비용이 급격히 불어나는 사이 인공지능(AI) 시대의 반도체 패권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넘어가면서 주력인 CPU 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1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를 분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올해부터 IFS에 대해 별도의 실적을 발표했는데, 완전히 분리해 자회사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한때 파운드리 사업부 매각설도 나왔지만 인텔이 매각 대신 분사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인텔이 파운드리 자회사를 설립하면 외부 자본을 조달할 가능성이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파운드리 자회사의 기업공개(IPO)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은 이어 내년 양산 예정인 1.8나노급 공정의 주요 고객사로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공개했다. 인텔은 AWS와 함께 AI 컴퓨팅을 위한 맞춤형 반도체에 수년 간 수십억 달러를 공동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로부터 30억 달러의 추가 보조금을 따낸 사실도 공개했다.
앞서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면서 세계 파운드리 시장 2위인 삼성전자에게 기회가 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를 포기하는 대신 분사를 통해 외부자금을 조달하는 선택을 하면서 삼성전자를 빠르게 추격할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TSMC 칩은 훌륭하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다른 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AI 칩 수요가 폭증하면서 다른 파운드리 기업을 이용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문제는 황 CEO가 언급한 다른 공급업체가 삼성전자가 아닌 제3의 기업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인텔만이 초미세 첨단공정에서 TSMC를 대체할 수 있는데, 인텔은 미국 반도체 기업이라는 점에서 위협이 아닐 수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