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형의 온라인태클] 일본에서 날아온 경사 모두 즐기길

2024-08-25     이충형 중국학 박사
이충형

일본 교토국제고는 재일한국계 고교다. 1947년 재일 교포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교생 160여 명 중 90%가량이 일본인이다. 학생들은 주 3~4시간씩 한국어를 배운다. 한국어로만 진행하는 수업도 꽤 있다. 1999년엔 야구부도 창단했다.

이 교토국제고가 올해 여름 고시엔 대회에서 우승했다. 23일 도쿄 간토다이이치고와 연장 승부 끝에 2-1로 이겼다. 1915년 시작된 고시엔 역사상 외국계 학교로는 최초 우승이고 교토 지역 고교가 여름 고시엔에서 우승한 건 1956년 헤이안고 이후 처음이다. 우승이 확정되자 경기장엔 ‘동해 바다’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가 울려퍼졌다.

전국 고교 야구대회를 뜻하는 고시엔은 1억2500만 일본인들에게 하나의 신앙이다. 2020년 요미우리 신문이 뽑은 그해 10대 뉴스 중 하나로 ‘코로나로 인한 고시엔 중단’을 꼽을 정도다. 그만큼 우승 확률이 바늘 구멍이다. 교토 지역 예선은 73개 팀이 출전해 한 팀만 본선에 나갈 수 있다.

온라인에선 축하 반응들이 쏟아졌다. "재일 교포 여러분 힘내십시오", "야구와 K-콘텐츠에 관심 있는 학부모들이 돈보따리를 싸매고서라도 자녀들을 입학시키려 할 것" 같은 멘트들이었다. "이제 일본과 이웃처럼 사이좋게 지내 보아요", "이제는 양국이 함께 가야 한다. 우리나라 일부에서 자꾸 과거 역사를 들춰서는 곤란하다", "과거에 일본이 잘못한 문제는 과거대로 끝내고 앞을 바라봐야 한다"처럼 미래 한일 관계에 긍정적 역할을 기대하는 글도 많았다.

국내 정치에 대한 쓴소리와 논쟁도 벌어졌다. "일본 학생들이 한국 학교 간다니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한 일", "이제라도 친일이니 친일파니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폭넓게 이해하자","죽창가 부르는 자들이 배가 아파 죽을 것"이라며 반일을 꼬집는 반응들이 많은 반면 "오히려 일본이 과거 자신들의 죄악을 수정하고 있는데 거기에 지적을 하지 않아야 한다니?" 처럼일부 반일 주장도 있었다. 교토국제고의 우승을 질시하는 일본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도 이 경사를 모두 즐기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