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청년 고용…첫 일자리 31%가 1년 이하 '임시·일용직'
청년 고용이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고용의 양(量)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질(質)을 대표하는 상용근로자도 10년 새 가장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첫 일자리의 계약기간이 1년 이하인 비중 역시 처음으로 30%를 넘기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취업 장수생도 늘어나고 있다. 재수와 삼수는 기본이 됐다. 특히 기업의 경력직 선호 현상이 확산하면서 대학을 떠나지 못한 채 재학 중인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구직활동조차 포기한 대졸자가 400만명을 넘어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경제 성장의 동력이자 사회의 안전과 통합에 큰 역할을 하는 청년 고용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23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월 청년층(15∼29세) 임금근로자 가운데 상용근로자는 235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만5000명 줄었다. 이는 관련 데이터가 작성된 2014년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상용근로자는 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임금근로자로 임시직이나 일용직과 대비되는 이른바 ‘좋은 일자리’ 취업자다.
청년 고용은 양적으로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5월 청년층 전체 취업자는 383만2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7만3000명 줄었다. 이는 2021년 1월(-31만4000명)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청년층 취업자는 2022년 11월(-5000명)부터 1년 7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학교를 졸업하거나 도중에 그만둔 뒤 취업한 경험이 있는 청년층 376만5000명 가운데 첫 일자리가 계약기간 1년 이하의 임금근로 일자리였던 청년은 118만1000명으로 31.4%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4%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관련 통계가 공표된 2008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10년 전인 2014년 5월의 19.5%와 비교하면 11.9%포인트나 높아졌다. 임시직과 일용직을 첫 일자리로 시작한 청년들의 비중이 커진 데 따른 결과다.
청년층이 첫 직장을 잡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들이 졸업 후 첫 취업에 성공하는 데까지 걸린 기간은 11.5개월로 1년 전보다 1.1개월 늘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4년 이후 역대 가장 긴 기간이다. 3년 이상 걸리는 비중도 지난해 8.4%에서 올해 9.7%로 늘었다.
이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경력직을 우선 채용하는 고용시장 트렌드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종사자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는 311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증가 폭은 2019년 2월의 -1만4000명 이후 5년 4개월 만에 가장 작은 것이다.
아울러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상반기 대기업 채용동향·인식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신규 입사자의 25.7%는 경력을 갖고 있으면서 신입으로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중고 신입’으로 2022년의 22.1%와 비교해 3.6%포인트 늘었다.
이 같은 상황으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하는 ‘현역 취업’은 줄고, 재수와 삼수는 물론 아예 대학을 떠나지 못하는 청년도 급증하고 있다. 기업이 경력직 위주로 구인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고용시장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한 청년들이 과도기적 일자리를 전전하거나 학교에 머무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는 "기업들이 신규직보다 경력직 채용 기조를 굳히고 있고, 청년들은 학교에 머물러 있으면서 구직 의욕 상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구직자가 희망하는 일자리와 시장에서의 일자리가 맞지 않는 ‘미스매치’ 현상은 청년층 일자리의 질 악화는 물론 비경제활동 청년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전문대를 포함해 올해 상반기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비경제활동인구는 월평균 405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만2000명 늘어났다. 1999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많다. 전체 비경제활동인구에서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상반기 25.1%를 기록해 처음 25%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