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는 어떻게 승리했나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1위를 차지했다. RN이 33%의 득표율을 기록, 독일 나치 점령기를 제외한 프랑스 근현대 정치사 230여 년 만에 극우 세력이 총선에서 최다 득표를 한 첫 사례라고 한다.
"프랑스에 옳은 일을 하겠다"며 자신의 정책만을 밀어붙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오만한 엘리트’라는 인상을 줬다. 결국 그가 이끄는 중도 연합인 앙상블은 20%로 3위를 차지했으며,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은 28%로 2위를 기록했다.
하원의원 577명 전원을 새로 뽑는 이번 선거에서 RN은 전체 577개 선거구 중 약 260개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80개 선거구에서는 이미 후보자가 과반을 득표해 당선이 확정됐다. 3개월 전 치러진 대한민국 총선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결과다. 만약 1차 투표의 득표율이 2차 투표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면 RN은 최대 240~270석을 차지하게 되며, 극우 연합 전체는 최대 310석을 얻어 과반 달성 가능성도 있다.
유럽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유일한 원내 보수우파 정당인 국민의힘도 선거전까지 과반이 넘는 180석 이상도 예측했기에 프랑스 RN의 선거방식과 승리의 공식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
RN의 이번 승리는 한때 나치를 연상시키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기성 엘리트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끌어안는 데 성공한 전략 덕분으로 평가받고 있다. 1972년 국민전선(FN)으로 창당한 RN은 초기에는 독일 나치 부역자나 제국주의자 등 극단적 인종주의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비주류 정당이란 한계에 갇혀 있던 그들은 2011년 들어 FN을 창당한 장마리 르펜의 딸인 마린 르펜이 당을 물려받고, 당명을 국민연합(RN)으로 바꿨다. 반유대주의 및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초기 멤버들을 청산하는 등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마린 르펜은 아버지까지 제명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뉴욕타임스 등의 외신들 역시 RN의 약진이 프랑스와 유럽 내 사회·경제적 변화, 그리고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18-24세 유권자의 48%, 25-34세 유권자의 38%가 RN을 지지하며 청년층의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물론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 출신의 젊은 ‘스타 당수’ 조르당 바르델라의 개인적 매력 또한 ‘외국인 혐오 정당’이라는 RN의 옛 이미지 희석에 일조하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전의 과격한 인종차별주의적 성향에서는 벗어났다고 해도 RN은 여전히 강력한 이민자 유입 통제와 유럽연합(EU) 권한 축소를 주장하는 극우로 분류된다. 하지만 공공서비스와 복지 확대, 정년 연장 반대 등의 포퓰리즘 정책을 일부 수용하며 제조업·사무직 노동자, 공공부문 근로자의 RN 지지세가 크게 확산했다. 우리나라 보수우파 정당인 국민의힘이 우파가 지켜야 할 것들을 내던지고 마냥 수도권, 청년, 좌파 포퓰리즘만 좇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과열된 전당대회로 시끄러운 국민의힘이지만, 전당대회 이후에는 보수우파의 가치를 먼저 재정립하고, 전략적인 정책 수용으로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이길 수 있는 정당으로 변화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