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北관료들 범죄 대해 국제재판소서 법적책임 추진해야”

■ ‘북한 강제실종 범죄 대응 국제회의’서 전문가들 제도 마련 강조 “남아공,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폐지되고 20년간 유엔 참여 금지 조치” “北에 조치 없으면...주체사상이 인종차별보다 덜 혐오스러운 것으로 간주” “韓 국회가 北 범죄 처벌 위한 조속한 입법해야...합의 통해 처벌 규정해야”

2024-06-27     곽성규 기자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원장이 지난 26일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과 공동 주최한 '북한 강제실종 범죄대응' 국제회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TJWG 제공. /연합

“러시아가 지난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제위원회 전문가단 임기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국제사회가 유엔에서 안보리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데 필요한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인권침해 범죄와 무기 개발 사이의 연관성을 보고할 수 있어야 하며, 김정은과 다른 북한 관료들의 범죄에 대해 한국 및 국제 재판소에서 법적 책임을 물을 방안을 추진해야 합니다.”

지난 26일 북한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에서 ‘북한 강제실종 범죄에 대한 대응 국제회의’가 열린 가운데, 이정훈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장(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은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 내에서 자행되는 강제실종 등 인권 침해 사안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제언했다.

이정훈 위원장은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아파르트헤이트’라 불린 극단적 인종차별 정책 때문에 유엔에서 활동할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음을 언급했다. 그는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제도가 폐지되고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까지 20년 동안 유엔 내 활동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금지 조치가 이뤄졌다”며 “북한에 유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주체 사상이 인종 차별보다 덜 혐오스러운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에 국제사회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강제북송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일각에서는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주변국’ 또는 ‘제3국’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의미 있는 결과를 얻으려면 거대 국가에도 정당한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권오곤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총회 의장은 이날 북한과 관련된 강제실종의 가해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 추궁 필요성을 제기했다. 권 전 의장은 “강제실종 범죄 가해자들이 국제법에 따라 심판을 받게 한다는 것은 다른 국제 범죄들처럼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도 “국내외 법원에서 이에 대한 소송을 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회에 이를 위한 조속한 입법 조치를 해줄 것을 진심으로 희망한다”며 “합의를 통해서 강제실종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정의를 반영하고, 그에 대한 처벌을 규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날 회의에서 북한이 자행한 자의적 구금, 납치, 강제실종 사건 정보를 수집해 기록하고 공개하는 공동 프로젝트인 ‘풋프린트’(FOOTPRINTS 2.0)에 대한 소개도 진행됐다. 담당자인 강정현 TJWG 강제실종조사 프로젝트매니저는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했고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자료를 취합하고 피해자들 관련 정보를 오랜 기간 동안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가 같은날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을 맞아 개최한 간담회에서는 북한 내에서 고문을 겪은 탈북민들의 증언이 있었다. 피해 탈북민들은 직접 겪은 고문 피해 사례를 밝히면서 북한의 인권 침해 심각성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을 호소했다. 또 정부와 국제사회가 피해자 지원과 책임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종석 통일부 인권인도실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 정부는 주민들에 대한 광범위한 고문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해 주민의 기본적인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 및 인간의 존엄성 보장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