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당대표 되면 우파도 "땡큐"일까

2024-06-20     전광수 정의로운사람들 사무국장
전광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가 확실시된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으로서는 땡큐다. 화장실 가서도 웃을 일"이라고 말했다. 과연 진심일까.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의 ‘정권 심판’ 공세에 맞서 한 위원장은 ‘이·조 심판’을 내세웠다. 불법을 자행하고도 사법 방탄을 위해 뻔뻔하게 총선에 출마한 이재명과 조국을 심판하자는 내용의 구호였다. 하지만 결과는 국민의힘 대패였다. 국민의힘은 왜 정권 심판에 맞서 이·조 심판 따위의 구호밖에 내놓지 못했을까.

한 전 위원장은 선거 초반 "86 운동권 특권 세력 청산은 시대정신"이라며 ‘86 운동권 청산’을 내걸었다. 이는 보수 결집과 함께 정당 지지율의 급격한 상승을 가져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구호는 오래가지 못했고 보수 참패·내분의 서막이 열렸다. 공교롭게도 한 전 위원장은 ‘아류 86세대’, ‘유사 86세대’라 불리는 X세대(70년대생, 90년대 학번)이기도 하다.

독자들에게 질문을 하고 싶다. ‘대깨문’(머리가 깨져도 문재인을 지지하겠다)과 같은 극성팬이나, 아예 그러한 활동을 직업으로 살아왔던 사람과 함께 정치집단을 형성할 수 있으신가? 사람이 사람 자체를 미워하면 안 되지만, 그의 행적을 보고 함께할지 말지를 정하는 것은 자유 아닌가.

당원끼리는 서로를 ‘동지’(同志)라 부른다. 기존 국민의힘 당원들이 수십 년간 좌파로 살아오며 활동한 김경율 등과 ‘목적이나 뜻, 생각이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나? 심지어 그들 세력을 무려 지도부로 모시면서까지 말이다.

결국 한동훈이 당 대표로 당선된다면 뻐꾸기가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탁란(托卵)이 현실화할 것이고, 국민의힘은 분당(分黨)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대통령에게 칼을 겨눈 한동훈 세력이 야당과 야합하는 것 역시, 상상 불가능 영역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도 한동훈을 구세주처럼 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타까운 마음에 예전에는 설득이라도 해보려 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광화문 광장에 빨간 카핏을 깔고 런웨이나 하다가, 정작 선거 때는 유승민·이준석 세력과 통합한 황교안 전 대표가 삭발·단식할 때, 그의 고난이 예수의 고난이라도 되는 듯 행동하던 지지자들을 생각해 보시라. 지금 황 전 대표 곁에서 그때처럼 하던 사람이 몇이나 남았나?

어쨌든 한동훈의 당대표 출사표는 던져졌다. 애석하게도 당원과 지지자들만 서로 논쟁하게 생겼다. 그래도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만큼, 국민의힘이 조금 더 건강하고 정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