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황제 머독의 삶과 사랑
최근 눈길을 끈 뉴스는 93세인 미국 억만장자의 결혼이었다. 무려 다섯 번째 결혼이라는데, 상대방은 26세 연하다. 호주 출신이지만 미국·영국 등 영미권 전체의 언론 황제 루퍼트 머독 얘기다. 머독은 미국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방송·신문인. 폭스뉴스·월스트리트저널은 물론 영국 더타임스 등을 거느린 글로벌 미디어그룹 총수다. 차라리 황제란 칭호가 어울린다.
다 아시듯 미국엔 언론 황제가 또 한 명 존재한다. 24시간 뉴스채널 CNN을 설립했던 테드 터너 말이다. 둘은 견원지간이지만 7세 연하 터너가 치매로 대외활동이 뜸한데 비해 머독은 정반대다. 일과 사랑 모두가 현재진행형이고 뜨겁다. 그에 대한 관심은 이유가 있다. 미국의 경우 미디어그룹이나 IT기업 대부분이 친민주당 성향인데 비해 머독은 유일한 찐우파다.
머독과 터너, 좌우를 대표하는 두 언론 황제의 싸움에서 머독이 독주체제를 굳힌 걸까? 그는 차원을 뛰어넘는 행운아다. 재물운에서 명성·여복까지 다 거머쥐었다. 집안부터 그렇다. 그의 모친이 103세까지 살았던 장수 집안이니, 머독 자신도 세상의 통념을 벗어나 90대에도 저렇게 호방하게 산다.
그 못잖게 관심거리는 신부 옐레나 주코바다. 그녀 전남편이 유대계 러시아의 억만장자인 알렉산더 주코프라고 한다. 우린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녀에게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기에 전남편과 현남편 모두 저렇게 빵빵하단 말인가? "헐~"소리가 나오는 건 따로 있다. 둘 사이를 엮어준 게 머독의 셋째 부인이던 중국계 웬디 덩이고, 주코바의 딸 다샤란 대목 말이다.
인식의 봉건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인의 평균적 윤리 개념으론 가문 분위기가 납득이 안될 정도다. 그럼 콩가루 집안인가? 아니다. 저들의 ‘열린 인간관계’가 나름 멋지다. 실은 머독에게 윤리의 잣대를 들이댄다 해도 별 문제가 없다. 앞선 네 차례 결혼 중 둘째 부인과는 30년 넘게 살았다. 책임있는 가장으로 큰 결격 사유가 없다는 뜻이 된다.
무엇보다 머독의 사회활동 기간은 올해로 무려 72년째다. 호주에서 약관 22세에 신문사 오너가 된 뒤 지금껏 전세계를 무대로 뛰어왔다. 일반 사람들이 사회활동을 30년 정도를 한다면, 머독은 두 배 그 이상이었단 말이다. 그의 다섯 번째 결혼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고, 크게 과해 보이질 않는 이유다. 그래저래 루퍼트 머독은 삶과 사랑의 찐황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