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변호사 등장, 반대할 일인가
의료계가 의대 증원 논란을 시작으로 아직까지 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법률서비스 집단인 대한변호사협회와 업계에서 손꼽히는 법무법인인 대륙아주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본인들이 축적한 검증된 법률 사례 데이터를 기반으로, 리걸테크 기업 넥서스AI와 손잡고 네이버 초거대AI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개발한 ‘AI대륙아주’를 선보였다. 이는 국내 최초로 법무법인이 제공하는 AI 법률 Q&A 서비스이며, 24시간 무료 서비스라고 한다. 쉽게 말해 ‘AI 변호사’가 등장한 것이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는 AI 법률상담 서비스를 내놓은 대륙아주와 넥서스 AI를 형사고발하고, AI대륙아주 서비스를 운영 중인 법무법인 대륙아주 소속 변호사 7명을 징계함으로써 AI의 변호사 시장 진입 자체를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명분은 AI대륙아주 서비스가 변호사법 34조 5항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해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아서는 안 된다’를 위반한다는 것이다. AI가 변호사 업무를 하며 수익을 얻는 것 자체부터 법 위반 소지가 있고, 답변 하단에 붙는 광고가 수임으로 이어질 경우 무료 법률상담을 금지한 변호사 광고 규정을 위반한다는 주장이다.
변협의 주장에 대해 대륙아주 측은 기초적 법률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인만큼 법에서 규정하는 법률 사무에 해당하지 않고, 자사 수익과는 상관없는 네이버 광고를 노출하는 것이며, 고객 소송정보나 문의 내용 등은 학습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변호사들의 이익을 위해 AI를 발목잡는 국내 사정과 달리, 세계 법률서비스 분야에서 AI 혁신의 바람은 이미 거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랙슨(Tracxn)에 따르면, 2023년 10월 말 기준 전 세계 리걸테크 기업 수는 7625개에 달한다. 그중 9개는 기업 가치가 1조 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이다. 변호사단체가 AI 혁신의 발목을 잡으면 국내 리걸테크와 법률AI 산업이 제대로 크지 못하고, 국내 법률서비스 경쟁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 사건의 중요한 시사점은 최근 의대 증원 논란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논리에 비해, 변호사단체의 논리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논란은 단순히 변호사 업계가 아닌, 법조계 전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 수준을 드러내기도 한다. 당장 해당 기사의 댓글만 보더라도, "법조계부터 싹 다 AI로 바꿔야 함. 젤 드러운 곳임", "니들이 그동안 잘했어야 편이라도 들어주지 판결은 XX같이 하는 주제들이", "AI 변호사보다 AI 판사가 시급합니다"라는 댓글이 압도적인 공감을 받는다.
시대적 흐름인 AI를 적극 도입해서라도 법률 서비스 비용이 줄어들고 조금 더 공정한 판결이 나온다면, 더 이상 국민이 ‘더 글로리’, ‘모범택시’ 등과 같은 사적 제재를 다룬 드라마에 대리만족을 느낄 일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