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군사합의 정지로 족쇄 제거...대북정보전 전면 확대해야”

한반도 전문가들 분석...“北 포격엔 포격 시스템 파괴로 맞서야” “北, 합의 지키지 않았고 적대 행위 계속...韓, 대비 태세 강화할 때” “‘北 ‘오물 풍선’ 살포는 당분간 계속될 것...韓, 확성기 재계로 대응” “인터넷 접속기술 등 활용해 北 주민들에 정보전달 더 적극적으로”

2024-06-10     곽성규 기자
한반도 전문가들인 이성윤 윌슨센터 연구원(왼쪽)과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 /연합

대한민국 정부의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 결정은 한국군에 채워진 ‘족쇄’를 제거한 것이라는 한반도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앞으로 대북 정보전을 전면 확대하고, 북한의 포격에는 포격 시스템 파괴로 맞서면서 도발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미국의 소리(VOA)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와 이성윤 윌슨센터 연구원은 “9‧19 군사합의가 DMZ 인근에서의 정보, 감시, 정찰 활동과 실사격 훈련 등 일부 활동 등을 중단했기 때문에 실제로 전방 부대의 대비 태세를 약화시켰다”며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맥스웰 부대표는 “북한은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았고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적대적 행위를 계속해왔다”며 “이제는 한국이 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하고 최전방 부대의 대비 태세를 강화할 수 있는 때”라고 설명했다. 

이성윤 연구원도 “9‧19 합의는 2018년 9월 김정은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서명한 소위 평양선언의 부속 합의서였다. 희망 섞인 많은 조항들이 들어있었지만 이 중 어느 것도 실현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한국이 군사합의를 무효화하는 것이 선동이나 도발이며, 한국의 안보를 약화시킬 것이란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주한미국 대사를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태평양 사령관도 “9‧19 합의는 애초에 순진해 빠진 합의였고 한국에 도움이 되기보다 해를 끼친 것이 더 많았다”며 “북한은 오늘날까지도 이 합의를 일상적으로 위반하고 있고 한국에만 일방적으로 스스로를 제약하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 “北 풍선 살포, 생화학 무기를 수준까지는 확대되지 않을 것”

전문가들은 남한의 ‘9‧19 합의’와 ‘대북전단’에 대응한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행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봤다. 이럴 경우 남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계 등으로 오히려 강수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맥스웰 부대표는 “북한은 탈북민들의 대북 풍선 살포를 막기 위해 (오물 풍선)을 통해 한국에 공포심을 주입하려고 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의 풍선 살포는 계속될 것이지만 풍선에 생화학 무기를 실어 보내는 수준까지는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성윤 연구원은 “북한이 한국에 오물 풍선을 더 보내면 한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해야 하다”며 “북한은 한국이 북한에 K팝을 방송하면 불평할 것이다. 그땐 한국 정부도 ‘이봐, 김정은이 인기 걸그룹 ‘레드벨벳’을 초청해서 2018년 4월 평양에서 공연했잖아‘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한에 포격을 가할 경우에는 북한군의 포격 시스템을 파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한이 김정은이 두려워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계속 제공해는 행위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맥스웰 부대표는 “만약 북한이 한국에 포격을 가한다면 한국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대응 포격을 해서 한국에 포격을 가한 북한군 포격 시스템을 당연히 파괴해야 한다”며 “이것이 확전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왜냐면 대응 포격을 하지 않으면 김정은은 계속 밀어붙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은 정보를 두려워한다. 그는 한국을 두려워한다. 북한이 또 다른 오물 풍선을 대량으로 남쪽으로 날려 보내면 한국은 확성기 방송과 지속적인 전단 살포로 대응해야 한다. 이건 김정은에 대한 심리전”이라며 “우리가 보내는 정보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한 사실과 진실이다. 김정은은 두려워하는 것이지만 북한 주민들은 필요로 하는 정보”라고 설명했다.

이성윤 연구원도 “정보 공유와 정보 접근권은 보편적 인권”이라며 “우리는 정상적인 일을 해야 한다. 지구상에서 정보를 가장 많이 박탈당한 사람들인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계속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北에는 인트라넷에 연결된 스마트폰이 800만 대 이상 있어”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서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등을 활용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정보 전달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도 대두된다.  

맥스웰 부대표는 “제가 하루만 왕이 된다면 한국통신에 휴전선 철책을 따라 휴대폰 기지국을 세우고 삼성 휴대폰을 북한군 병사들을 위해 DMZ에 떨어뜨릴 것”이라며 “북한에는 인트라넷에 연결된 스마트폰이 800만 대 이상 있다. 확신하건대 북한 인트라넷을 뚫을 수 있는 민간기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에 연결되는 위성 방송도 있는데, 정부나 민간기업이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이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과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자연스레 정보 사용 위험을 기피하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진실과 사실의 전달, 도움되는 정보의 전달에 대해 말하는 것이고, 따라서 모든 가능한 매체를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자 매체를 통해서도 북한 내부에서 많은 정보들이 유통되고 있다. 우리는 이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생각과 정보를 전달해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