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풍선 살포, 남북한 품격 차이...대북정보 유입 더 늘리자”

탈북민들, 북한 ‘오물풍선’ 살포에 “표현의 자유? 참 어리석다” 반응 “남한 삐라는 북한 주민들 돕기 위한 것...북한 삐라는 정권 ‘화풀이’용” “北 ‘표현의 자유’가 국제기준과 얼마나 동떨어졌는지 비교 기회 준 것” “유치‧치졸 방법으로 한다는 북한의 일관성...얼마나 창피한지 잘 몰라” “‘표현의 자유’ 강조한 만큼 ‘정보 경쟁’ 펼치자...南 공영방송 등 보내자” “무대응 하면 北 더 대담해져...이 기회에 대북정보 유입 대대적 펼쳐야” “北 주민들에게 모든 정보 보내줘야겠단 국제사회 지지는 더 높아질 것”

2024-05-31     곽성규 기자
지난 29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한 텃밭에서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풍선이 내려앉아 있다. /연합

최근 북한이 수백 개의 오물 풍선을 대한민국에 살포한 행위에 대해 탈북민들이 남북한의 품격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일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대북정보 유입 활동을 대대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 “北정권 고민한 표현 자유가 오물 보낼 자유? 자유 인식 수준이 그정도”

지난 2019년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바 있는 탈북민 주일룡 씨는 30일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한국에 대량의 오물 풍선을 보낸 것은 역설적”이라며 “주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 입까지 틀어막고,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기껏 처음으로 북한 정권에서 고민한 표현의 자유가 쓰레기와 오물을 보낼 자유라는 게, 그 자유를 인식하는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8일 가축 분뇨‧쓰레기 등을 담은 대형 풍선을 남한으로 날려 보냈다. 합참에 따르면 전국에서 260여 개의 ‘오물 풍선’이 발견됐다. 북한 김여정은 29일 관영 매체를 통해 이 오물풍선은 “‘표현의 자유 보장’을 부르짖는 자유민주주의 귀신들에게 보내는 진정 어린 ‘성의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주 씨는 이에 대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평양문화어보호법 등 이른바 3대 악법으로 주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어느 때보다 강하게 탄압하는 김정은 정권이 말하는 자유가 ‘오물 투척의 자유’란 사실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다른 탈북민들도 이번 사태는 남북한의 품격과 가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8개 국어로 출간된 회고록 ‘열한 살의 유서’의 저자인 김은주 탈북민 글로벌 교육센터(FSI) 간사는 30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남북한이 서로 보내는 내용물은 가치 자체가 판이하다”고 밝혔다.

김 간사는 “남한에서 보내는 삐라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면 북한에서 남한에 보내는 삐라는 어떻게 보면 북한 정권의 ‘화풀이’용이고 오물 투척 그 내용물 자체도 대한민국 국민에게 도움이 되거나 유용성 측면에서 전혀 없는 것”이라며 “오히려 대한민국 국민을 해할 수 있는 유해한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 기관 출신으로 최근 미국 컬럼비아 대학원을 졸업한 이현승 글로벌피스 재단 연구원도 이번 일에 대해 “북한이 말하는 ‘표현의 자유’가 국제 기준과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지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이 직접 한국과 비교할 기회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오물을 보내는 것을 인민의 표현의 자유라고 한 것이 참 어리석다”며 “인민의 표현의 자유가 되려면 사람들이 자유롭게 국제사회와 언론 인터뷰도 하고 언론 자유가 있어서 기사와 자체적 칼럼도 쓸 수 있고 해야 하는데 북한의 모든 매체가 표현의 자유가 없는데 어떻게 인민의 표현의 자유라고 표현하는지 어리석다”고 말했다.

북한 자강도 출신으로 한국에서 방송인‧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로 활동중인 정유나 씨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너희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인들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알려주려고 보냈다고 하는데 굉장히 정말 유치하다”며 “북한은 유치하고 치졸한 방법으로 한다는 일관성이 있다. 얼마나 창피한 행동인지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 “대북전단 얼마나 北주민들에 유익한지 정보유입으로 설명할 명분 준 것”

다수의 탈북민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는 대응을 가치가 없다며 국제사회와 협력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냈다. 

주일룡 씨는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이 직접 ‘인민의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만큼 ‘정보 경쟁’을 펼쳤으면 좋겠다”며 “그렇게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고 좋으면 진짜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지 보여줘야한다. 진짜 정제된 공영 방송을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보급하고 미국의 유명한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등을 통해서 북한을 정보로 덮어버리자”고 제안했다.

이현승 연구원도 “김여정이 대북 전단이 얼마나 북한 주민들에게 유익한지 정보 유입을 통해 설명할 명분을 준 것”이라며 “이 기회에 한국 정부가 대북 정보 유입을 대대적으로 펼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면 군 전략 자산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정보 유입을 해야 한다”며 “무대응을 하면 북한 정권을 더 대담하게 만든다. 이번에는 오물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거기에 생화학 무기나 바이러스를 넣어 한국 사회에 혼란을 조성할 수도 있다. 김정은이 생각했던 것 이외의 반응이 나오게끔 대응해야 감히 다른 허튼 생각을 못 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은주 간사는 “대응할 가치가 없다. 차라리 무시하는 게 낫다”며 “치졸한 행태에 똑같이 대응하다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보단 북한에 대한 유엔의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 등 국제 무대를 통해 북한 정권을 압박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 간사는 “북한을 직접적으로 자극하기보다는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인권 문제를 좀 더 자극하고, 핵 문제도 최근 인권 문제와 연결해서 핵 개발도 유엔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를 통해서 압박하는 게 더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의 소식이 왜 필요한지 더 명확히 알게 된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내 북한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이영환 대표는 “김정은 정권이 10년이 지났는데, 지난 10년간 최악의 실수를 저지른 게 이번 사건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에선 왜 북한으로 외부 정보를 보내야 하고 평양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를 있는 그대로 북한 주민들에게 그대로 돌려서 다 보여줘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할 상황이 됐습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국제사회의 모든 정보를 보내줘야겠다는 국제사회의 지지 여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