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野 ‘지구당 부활’에 이상동몽

2024-05-30     전광수 정의로운사람들 사무국장
전광수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지구당’을 부활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명분은 당원들의 정치 참여 보장을 위한다는 것이다. 

지구당은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이 수백억 원의 불법 정치 자금을 수수한 이른바 ‘차떼기 사건’을 계기로 2004년 폐지됐던 제도다. 2004년 지구당이 폐지되기 전에는 연간 모금 한도액이 2억 원, 사무직원은 2명을 둘 수 있었다. 그러나 지구당 사무소를 상시 운영하기 위해 임대료, 인건비 등을 비롯한 높은 비용 문제, 정치부패의 폐해 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폐지에 힘이 실렸다.

지구당이 폐지된 이후 정당의 지역 조직 역할은 시·도당 당원협의회(당협)가 맡아왔다. 하지만 정당법상 조직이 아닌 만큼 지역 내 사무실을 둘 수 없고 유급 사무직원도 고용할 수 없었다. 이에 결국 정당 활동이 과도하게 제한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그중 가장 큰 불만 세력은 낙선한 원외 당협위원장들일 수밖에 없다. 후원금 모금도 불가능하고 사무직원도 고용할 수 없으니, 활동 자체에 큰 제약을 받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것은 결국 후원금 모금 여부다. 위원장 본인 재산이 많거나 재력이 뒷받침되는 배경의 인물이 아니고서야, 평범한 정치 신인이 후원 활동 없이 몇 번씩이나 낙선하면서도 위원장 역할을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발의 예정인 법안에 따르면, 각 정당이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마다 지구당을 다시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지역당 후원회의 연간 모금 한도액은 5000만 원, 사무직원도 1명 둘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구당 부활은 서로 ‘국민·당원 눈치’는 보고있지만, 사실상 여야 모두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도 있고, 지역 사무실을 운영하는 비용이 해결된다면 그만큼 ‘정치권 주변인’들의 일자리도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254개 지역구에서 국민의힘·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자유통일당 등이 지구당을 설치하면 1000여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낙선자들을 만나면서 지구당 부활을 제시한 것 역시, 당 대표에 출마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것이 옳은 이유다. 원외 위원장들이 확보하고 있는 표를 노린 것이다. 필자도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고충을 많이 듣고 직접 봐 왔기에, 더욱 폭넓은 ‘정당인 후원 활동’은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폐지 이후 20년이 지난데다 온라인 활동이 주가 되는 시점에 굳이 다시 지구당 자체를 부활시키자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당 대표로 선출되려면 버렸던 옛 제도라도 다시 들고 와 당근처럼 입에 물려주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