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트라우마'가 '채상병 특검법' 여당 이탈표 막았다

"이대로면 공멸"...'야당이 대통령 옥죌 수 있다'는 위기감에 여 똘똘뭉쳐 야, 자신들이 만든 공수처 믿지 못하겠다며 특검 주장하는데 '문제 많다'

2024-05-29     정채현 기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지난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재의결 안건으로 상정된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이 ‘채 상병 특검법’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재표결에서 이탈표 단속에 성공했다. 앞서 야권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언급한 것에 대해 여권이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뉴스1을 통해 "탄핵 트라우마가 작동했다. 그때처럼 공멸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에서는 이번 특검의 결과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이를 활용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으로 옥죌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어떻게 되찾은 정권인데 고사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 당은 탄핵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들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과 대통령실은 국가대의를 위한 책임을 다하는 공동운명체"라고 강조했다.

당내 한 재선 의원은 "탄핵을 주장한 자체가 의원들을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하게 만든 것"이라며 "조경태 의원도 그랬듯, 여당 내부에서 찬성으로 생각했다가 반대로 바꾼 의원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안다. 무효표도 찬성하려고 마음먹었던 국민의힘 의원들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4선 의원은 "이 법안의 주요 타깃은 억울한 채 상병의 죽음을 규명하는 게 아니고 현 정권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공감대가 생겼다"며 "자신들이 검찰을 믿을 수 없다며 만든 공수처의 수사를 믿지 못하니까 특검을 진행하자고 주장하는 데서도 많은 의원이 문제라고 느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은 전날 오후 무기명 투표로 진행됐으며, 투표에는 21대 국회 재적 의원 296명 가운데 무소속 윤관석·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을 제외한 294명이 참여했다. 당초 국민의힘 내에서는 안철수·유의동·김근태·김웅·최재형 의원이 채 상병 특검법에 공개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당 지도부는 이탈표 단속에 마지막까지 총력을 다했다.

표결 결과, 의결 정족수는 179명으로 197명에 한참 못 미쳐 부결됐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부결 이후 "제21대 마지막 본회의마저 민주당의 입법 폭주로 얼룩졌다"며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님들께서 단일대오로 뭉쳐 주신 덕분에 특검법이 부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