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하기 짝이 없는 ‘첫목회’

2024-05-16     전광수 정의로운사람들 사무국장
전광수

15일, 전날 저녁부터 끝장 밤샘 토론을 했다는 국민의힘 3040 출마자 모임 ‘첫목회’가 ‘5대 총선 패인’을 선정해 발표했다. 핼러윈참사 공감 부재, 강서 보궐선거 아집, 연판장 사태 분열, 입틀막 불통, 호주대사 임명이 총선 패배의 원인이란다. 소속원 20명은 "국민이 바랐던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정부는 부응하지 못했고, 당은 무력했으며 우리는 침묵했다"면서 "우리의 비겁함을 통렬히 반성한다"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말 비겁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여당이라는 강력한 프리미엄을 가지고 선거를 치렀으면서, 지고 나니 정부 탓 대통령 탓이다. 그러면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총선 패배 책임론에 대해서는 "사건은 한 인물의 책임이 아니라 날줄과 씨줄처럼 얽혀 돌아가며 판단이 끝난 것도 아니다"라며 비껴갔다. 대통령 탓 시원하게 해놓고 ‘사건은 한 인물의 책임이 아니’라니, 이런 엉터리 같은 말이 대체 어디 있는가?

‘2찍’, ‘극우’ 등으로 조롱받으면서까지 어렵사리 국민의힘을 응원해온 지지자들도 과연 이들의 생각과 같을까? 그에 앞서 지난 대통령 선거·지방 선거 때, 국민의힘이 전향한 86운동권, 민주당 출신 인물들을 내걸고 선거를 치렀나. 일례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로 평가받는 신지예를 영입했다가 한바탕 난리난 적이 있다. 당내 청년·여성 인사들이 대거 반발했고, 사퇴까지 했다.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급격히 주저앉았다.

이에 윤석열 후보는 직접 당내 청년 인사들을 만나 그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며칠을 장고한 끝에 "애초에 없어도 될 논란을 만든 제 잘못이다. 특히 젠더 문제는 세대에 따라 시각이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기성세대에 치우친 판단으로 청년세대에 큰 실망을 준 것을 자인한다"며 문제를 인정하고 직접 수습했다. 해당 인물과 관련 조직이 정리됐고, 결국 선거에 승리했다.

이번 총선에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86운동권·좌파·민주당 출신 등을 영입했을 때가 떠오르지 않는가? 한 전 위원장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다양성’이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것이 용인됐고, 지금까지 출신·이념·가치관의 무차별적 혼재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보수·우파 정당이 급진주의자·좌파들을 머리 위에 앉혀놓고 정치를 하겠다는데, 지지자들이 왜 뽑아줘야 하나? 대구 지역의 투표율 하락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결국 ‘새로운 정치’를 외치며 뛰쳐나온 이들의 상징성 있는 첫 번째 모임에서, 미래도 비전도 엿볼 수 없었다. 그저 기존 정치권과 하나도 다름없이 정쟁이나 유발하는 구태 그 자체였을 뿐이다. 진정 국가와 국민과 정당을 위하는 사람은 그들 중 몇이나 될까. 글쎄, 한 명이라도 건지면 다행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