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면에서 젊어져...열정 사라지지 않아요"

■ 시니어 모델 3인을 만나다 신연경 "비슷한 연령대 시니어보다 반듯한 신체...덕분에 더 자신감 있어 보여" 정영진 "약점이었던 은발, 모델인 나에겐 장점 돼...허리 펴지면서 더 건강해져" 유재선 "집에서 하루종일 혼자 근심 붙들고 살았는데...나 자신 되찾은 기쁨 커"

2024-04-22     심희정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모델 신연경 "모델 워킹 재능기부로 이웃사랑"

모델 워킹 프리랜서 강사로도 활동중인 신연경씨. 

"전업주부로 살다가 시니어 모델이 되어 자세가 좋지 않은 장애우들에게 모델 워킹 재능기부를 하기도 하고 국내 150여개 대사관저를 대상으로 한복 홍보대사도 하고 심지어 보수적인 문화인 교회에서 보수적인 권사님들이 교회 행사에서 패션쇼 오프닝 이벤트도 열어 드리는 일을 했어요. 정말 꿈만 같은 일이죠. 70세를 바라보는 제 나이에 사회에 환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니, 하루하루 살아가는 재미와 보람을 느껴요."

그 유명한 베이비붐 세대인 58년 개띠(66세)인 시니어 모델 신연경씨는 지난 *일 자유일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년 간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다 최근 4년 동안은 현직 모델 겸 시니어 모델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 가르치는 자리까지 올랐다"고 소개했다. 12년 전 ‘시니어 액티브’의 대표주자로 KBS 뉴스에 나간 적도 있는 그녀다.

신씨는 패션쇼가 열리지 못하던 코로나19 기간에는 한복진흥협회와 손잡고 국내 150여개 대사관에서 한복 홍보대사로서 대한민국 주재하는 글로벌 대사들에게 한국의 전통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한국 문화 알리기에 나섰다. 충현교회, 광림교회에서는 장애우들에게 ‘바른 자세 워킹’을 가르치며 이들에게도 패션쇼에 참가하게 함으로써 자신감을 회복하는 한편 장애우들의 자세 개선에도 큰 효과를 봤다고 전했다.

12년 전 주변의 권유로 시니어 모델계에 발을 내딛은 신씨. 남들이 은퇴할 나이에 ‘직업’을 갖게 됨으로써 경제적인 여유는 물론 자신감과 자존감 제고 등 수치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희열이 있다는 귀띔이다. 그는 "소득이 많던 적던 내 나이에 수입이 있고 이를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가"이라고 설명했다.

바른 자세가 습관이 되다보니 비슷한 연령대의 시니어보다 반듯한 신체 덕분에 더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자세를 교정하다 보면 신체 막힌 곳이 뚫리고 혈액순환이 잘 되며 등과 허리의 뒷 근육과 허벅지와 종아리가 발달하고 배는 들어가게 된다.

모든 것에서 젊어졌다. 젊게 입다 보니 젊게 생각하게 되었고, 마인드가 젊어지니 실제로 10살 이상은 어리게 본단다. 그는 "레드카펫을 걸을 때 나는 여전히 나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생각이 들어 희열을 느낀다"며 "열정이 사라지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모델 정영진 "약점 은갈색 머리가 장점으로 부각"

등산 대신 모델 워킹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정영진씨. 

"젊은 시절에는 가리느라 급급했던, 나의 약점이었던 은발의 머리가 시니어 모델로는 큰 장점으로 부각되다니 자신감이 생기고 내 모습을 더 아끼게 되었습니다."

30대 때부터 하얗게 샌 머리 때문에 20년을 염색해 온 시니어 모델 정영진(58)씨는 "오랫동안 염색을 하다 보니 머리도 빠지고 시력도 않 좋아져서 은퇴하면서부터는 상사, 후배들 눈치 안 봐도 되니 염색을 안했는데 은발의 머리가 나를 시니어 모델로 이끌 줄 몰랐다"며 "이제는 머리를 기르면서 헤어스타일을 나의 시그니처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처음 시니어 모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발가락을 다치면서 좋아하던 등산과 운동을 그만두게 되면서다. 지난해 11월 처음 레드카펫시니어모델 학원에 등록 하면서 지난 6개월 간 산을 찾는 대신 워킹으로 바른 자세 만들기에 성공했다. 정씨는 "발가락이 골절되면서 걷는 것도 힘들었던 터라 잘 걸어 보기만 해도 좋겠다 생각했다"며 "반년 만에 허리도 펴지고 바른 자세가 되면서 산에 다닐 때 보다 더 건강하고 강건하다"고 고백했다.

정씨는 어디서건 걸을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한번 할 때마다 ‘1시간 워킹’을 한다. "자세 정확히 잡고 하면 땀이 납니다. 힙에 힘을 주고 다리를 쫙쫙 펴면서 걸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운동 저리 가라에요."

그는 "전에는 옷을 내키는대로 대충 입었는데 신상을 보러 다니기도 하고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입고 나오는 디자인, 컬러를 보고 매칭하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며 "레드, 옐로우 등 원색 컬러는 과거에 생각하지 않았는데 내가 모델이라는 사실을 계속 인지하면서 파격적인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패션 아이템들을 활용해 스타일링을 배워가는 중이다. 모델에게 필수템이 선글라스는 깔별, 종류별로 구비해 놓았고, 회사를 다닐 때는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팔찌, 목걸이 등을 착용해 일반인과 남다른 모델로서의 포스를 낸다.

모델 유재선 "통증 날리고 다시 태어난 기분"

모델로 불면증과 우울증을 극복한 유재선씨.

"저는 결혼 후 평생 ‘집순이’었거든요. 취미도 청소, 특기도 청소, 전업주부로서 저는 그저 늦은 밤까지 쓸고 닦고 청소만 했어요. 사는 낙도 없었고요. 그러다 보니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수면제 아니면 잠을 못 잤는데 지금은 먹을 새 없이 머리만 대면 바로 자요. 제 인생은 완전 180도 바뀌었습니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덜컥’ 시니어 모델 학원에 등록하면서 상상에도 없던 시니어 모델이 된 유재선(66)씨.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한터라 걷는 것에 자신이 없던 그였는데 등록할 때도, 워킹 연습 당시에도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가사 일을 할 때는 항상 무릎, 허리 등 전신 통증을 호소하느라 집에서 환자 취급을 받았는데, 워킹할 때 아픈 것을 잊고 있는 자신이 놀라웠다.

유씨는 인터뷰를 하면서도 흘러 나오는 밝은 기운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 3개월은 몰래 다녔어요. 3개월 만에 패션쇼 무대에 설 일이 생기자 당일에서야 남편에게 고백하게 됐죠. 남편이 크게 반기더라고요. 내가 무척 밝아 지니까 남편과 딸이 정말 기뻐하며 응원해 주네요. 가족간에 대화도 많아 졌어요. 오늘 나의 하루에 대해 가족들이 관심을 갖고, 눈코 뜰 새 없이 정신없는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수다 떨기 바쁘고요."

유씨는 "사실 주부들은 남편과 자식을 위해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껏 고생한 나를 다독거리며 나를 내가 사랑하기 시작하니까 주변에서 나를 챙기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루 종일 혼자서 근심만 붙들고 있던 모습에서 나 자신을 되찾은 기쁨이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시니어 모델의 가장 큰 수확으로 인생의 즐거움과 건강 회복을 꼽았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 후 후유증 때문에 걷는 것이 두려웠다는 유씨는 언제인지 모르게 통증이 완전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릎 통증으로 인해 항상 어딘 가에 몸을 기대고 있었기 때문에 구부정한 자세와 습관이 생겼는데 모든 것이 교정됐다. 이젠 싱크대에 서 있어도, 식탁에 앉아 있을 때도 ‘나는 모델이야’ 의식하며 자세를 바로 잡게 된단다.

그는 "처음에는 굽 없는 운동화를 신고 워킹을 하다 5cm, 8cm, 이제는 13cm 까지 신고 걸어도 끄떡 없다"며 "무릎에 높은 굽의 구두가 도움이 되나 생각할 정도로 부담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유전적인 이유로 4~5년간 복용하던 고지혈증약도 끊었다. 지난 2월 종합검진 결과 수치가 정상화 된 것이다. 유씨는 이를 계기로 헬스, 수영장에 등록해 본격적으로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더 건강해지고 더 아름다워지는 자신을 보면서 살아있는 이유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