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머릿속에 '대권'뿐...생활비는 국민세금으로"
■ '김혜경 법카' 폭로...은둔의 공익제보자 조명현 인터뷰 "이재명 가족 수행조직, 철저하게 계산된 점조직처럼 움직여 생계 약점 악용 권력형 비리에 공무원들 어쩔 수 없이 엮여 일단 '가담'하면 '이재명 옹위'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어 국익위한 공익제보자 보호 취약...제2, 제3의 이재명 나올 것"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재명 대표를 인천 계양을에 단수 공천했다. 이재명 대표에게는 사법리스크가 있다. 대장동·백현동 사건이 아직 끝맺음을 짓지 못한 것은 물론 부인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이재명 부부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제기한 공익제보자 조명현 전 비서관을 지난 2일 만났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해 11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법인카드)’라는 책을 통해 3년 2개월 간 김혜경 씨 수행비서로 일하면서 겪은 법인카드 유용 사례를 모아 폭로했다.
"이재명 부부는 제가 볼 때 생활비에 자기 돈 한 푼도 쓰지 않았다"고 지적한 그는 "국민을 속이고, 세금으로 사리사욕을 채운 사람은 그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김혜경 씨가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10만 8000원 어치 식사를 경기도 법인카드로 산 것만 알 것이다.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내용의 핵심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재명 대표 부부가 국가를 운영하려는 사람이 국민을 속여서, 국민의 세금으로 사리사욕을 채웠다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그런 사람이 국민을 대표하고 이끌어나가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저는 이재명·김혜경이라는 개인에 대해서는 악감정은 없다. 다만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계속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두 차례 공익제보를 한 것이다.
-이재명·김혜경 부부가 시킨 심부름 가운데는 아침용 샌드위치, 식사용 초밥, 당뇨병과 여성호르몬 제재 대리처방 등이 있다. 이것보다 개인적이고 사소한 일도 시켰는가?
"이불빨래, 속옷세탁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심부름까지 시켰다. 김혜경 씨 수행비서 일이라는 게 하루하루 사소한 심부름을 하는 것이었다. 이런 일을 매일 반복해서 했다."
-이재명 대표 부부의 법인카드 유용 내역을 보면 왜 이렇게 될 때까지 아무도 폭로를 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러니까 그 주변 사람들까지 일종의 ‘공동체’라는 말인가.
"이재명 부부 주변의 공무원들은 인사권을 가진 그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에게 승진은 퇴직 후 연금액과 직결된다. 즉 생계의 문제다. 현재 공무원 조직은 포화상태다. 7급이나 9급으로 임용된 이후 5~6급까지 올라가는 데도 승진 적체가 심하다. 그 위로 올라가면 자리가 대폭 줄어든다. 특히 지자체는 더 심하다. 이런 현실에서 인사권을 가진 지자체장이 요구하는 것을 거절하기가 매우 어렵다. 지자체장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진급에서 한 번 밀리면 이후로도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매우 어렵다.
지자체장들은 이런 공무원들의 약점을 이용해 비리를 저지른다. 공무원들 입장에서 비리에 가담하면 자신과 가족들에게는 이익이 되는 반면 거부하면 불이익이 평생 간다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경우 성남시장 때부터 인사권을 무기로 휘둘렀다. 당시 버스 노선과 관련해 시장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 시장은 지시를 어긴 공무원을 중징계했다. 그 공무원은 결국 그만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지자체를 비롯한 공직사회에서 내부 고발은 어렵다는 뜻인가. 왜 그런가.
"제도적인 문제로 본다. 이재명 대표 부부가 저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제도, 특히 공익제보와 관련한 제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익제보는 거의 내부자가 한다. 또한 대부분이 예산과 관련한 것이다. 즉 공익제보는 국익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공익제보를 하면 제보를 한 사람을 보호하지 않는다. 폭로를 당한 조직이 위협을 해도 보호하지 않는다. 공익제보자의 생계가 끊겨도 스스로 모두 감내해야 한다.
물론 공익신고에 대한 보상·포상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뒤에야 제보자가 보상(포상) 신청을 해야 겨우 나온다. 문제는 이렇게 공익제보를 했을 때 사법기관이 수사에 착수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가 많지 않다. 저도 공익제보를 두 번 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부부는 아직까지 아무런 사법적 조치를 받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 부부는 시간이 흘러 언젠가는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처럼 공익제보를 하는 사람이 불이익을 받고, 비리를 저지른 사람은 승승장구하는 시스템이라면 제2, 제3의 이재명 부부가 나오게 될 것이다. 제가 법관들에게 들은 말이 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지난 2일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인천 계양을에 단수 공천했다. 이 대표가 계양을에 처음 출마할 때도 ‘셀프공천’ 논란이 컸다. 당내에서조차 사법리스크 지적이 나옴에도 저렇게 당당하다는 게 신기하다. 대체 그 부부는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이재명 대표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는 되도록 자제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말씀드릴 수 있다. 이재명 대표는 철저히 사익(私益)을 위해 움직인다. 그의 머릿속에는 대권밖에 없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경기지사를 거쳐 지금 제1야당 대표에 이르기까지 이재명 대표는 대담한 행보를 보여 왔다. 그 사이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법적 책임은 전혀 지지 않았다. 이런 행보가 가능한 것은 그와 그 주변 사람들이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대표 부부 주변 사람들에게 그의 사법처리 건은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모든 걸 걸고 이 대표를 옹위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공익제보를 했을 때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누구였나? 경찰은 공익제보 수사를 했는가.
"전현희 위원장이었다. 당시 그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공익제보자 지정하는데 한 달 걸렸고, 이것도 SNS에서 다른 분이 질문을 해서 답을 받았다. 공익제보자 지정 통보가 의무가 아니란 걸 나중에야 알았다.
공익제보 이후 경찰 수사가 이뤄졌지만 대리처방 건에 대해 의사 1명만 기소했고, 이재명·김혜경 부부는 혐의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두고 검찰이 재수사를 요구했지만 똑같았다. 대리처방을 통해 수혜를 본 사람이 있음에도 수혜자는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이다."
-혹시 이재명 대표의 다른 가족들에 대한 의혹은 들은 바가 없는가.
"근무하면서 다른 가족들은 본 적이 없다. 이재명 가족의 수행조직은 무슨 점조직처럼 움직였다. 측근들은 수행비서들에게 알 필요가 있는 범위까지만 알려준다. 이재명 부부는 선거를 여러 차례 치르면서 학습을 통해 본인들이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철저히 계산해서 움직였다. 다만 저는 그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였던 셈이다."
-2022년 1월 공익제보 이후로는 직장을 갖지 못하신 것으로 안다. 재취업이 어려운가.
"저는 문화예술 경영을 전공했다. 석사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문화예술계 기업이나 기관 거의 대부분이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자체 예산으로 경영하는 곳은 극소수다. 업계 전체가 정치권의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다. 저는 공익제보는 물론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신분이 노출됐다. 그 대상도 거대 야당 대표다. 이러니 문화예술계에서는 저의 채용을 꺼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금 가장 원하시는 건 무엇인가.
"저 같은 공무원이 다시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공익제보를 해도 후환이 없고, 공익제보자가 자신의 행동이 국익에 도움이 됐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 또는 관련 제도 마련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