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국의 컬처&트렌드] 멜라니 사프카, 히피세대의 퇴장

2024-02-07     양일국 문화평론가·정치학박사
양일국

미국 포크 가수 멜라니 사프카(1947-2024)가 지난 1월 23일 타계했다. 향년 77세. 멜라니는 신인이던 1969년 8월 우드스탁 음악 축제에서 통기타 한 대와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로 40만 젊은이들을 감동시켰다. 국내에서는 이별 노래 ‘더 새디스트 싱’(The Saddest Thing, 1970)이 유독 사랑받았다. 멜라니는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1965)로 유명한 존 바에즈와 함께 히피(hippie) 문화를 이끈 대표적 여성가수였다.

이른바 히피 문화는 종교·윤리 등 권위적 문화에 대한 60년대 젊은이들의 저항운동이었다. 이들은 "모든 금지를 금지한다"는 구호 아래 반전(反戰), 마약을 통한 ‘정신해방’, 성(性) 개방, 문명·도시 거부 등 일탈을 추구했다. 크게 보면 유럽의 68세대, 우드스탁 세대, 일본의 적군파 등이 이러한 유행의 연장선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히피 문화는 찰스 맨슨의 연쇄살인 등 폭력과 마약으로 80년대 들어 급격히 쇠퇴했다. 모처럼 옛 명성을 재현하려 기획된 1999년 우드스탁 30주년 기념 콘서트는 열악한 시설과 바가지 요금에 분개한 젊은이들이 방화, 약탈, 성범죄를 일삼다가 무장 경찰의 곤봉으로 진압됐다. 잿더미가 된 각종 공연시설과 20만 인파가 버리고 간 쓰레기더미가 엄청났다. 이는 분별과 질서없는 군중이 세상을 올바르게 이끌 수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멜라니와 함께 1969년 우드스탁 무대에 오른 당찬 3명의 여가수 중 재니스 조플린은 1970년 세상을 떠나 이제 존 바에즈(83)만 남았다. 젊은이들이 모여 이상향을 노래하던 우드스탁은, 비록 무질서와 방종으로 끝났지만, 실험적인 록 음악과 통기타 문화 그리고 진한 향수(鄕愁)를 남겼다. 아름다운 가수 멜라니 사프카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