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투시경] 김정은 ‘지방경제 발전’은 실패할 수밖에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0일 "지방발전 20×10 비상설 중앙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정식 사업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당 조직비서 조용원이 추진위 사업을 책임지고 지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진위 명단에는 내각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 박정근, 당 비서 전현철,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리히용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에 앞서 김정은은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매년 20개 지역에 현대적인 지방공장을 지어 10년 안에 전체 주민들의 초보적인 물질·문화 수준을 높이겠다’고 지방경제 발전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이어서 1월 23~24일 열린 당 중앙위 8기 19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당의 지방 발전 20×10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했다. 연설에서 "전반적인 지방경제가 매우 한심한 상태이고 지방마다 불균형·격차가 심하다"라고 지적하며 "지방 인민들에게 기초식품과 소비품을 비롯한 초보적인 생활필수품조차 원만히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정치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방공장 건설에 군을 투입하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명령’에 서명하는 한편 "정치국 성원들이 시·군을 한 개씩 맡아 강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은 스스로 ‘한심한 지경’이라고 개탄한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해 군은 물론 당과 내각의 고위급 간부들까지 동원해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지방경제 발전 정책 제시와 ‘지방 발전 20×10 추진위’ 구성 등 일련의 행태는 도시와 농촌 간 경제 격차 심화 등 심각한 경제난과 이로 인한 민심 이반을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면서 전가의 보도인 ‘김정은 우상화’ 등 선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방 발전 20×10 정책을 받아 안은 인민들 속에서는 낮이나 밤이나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에 대한 고마움의 목소리가 울려 나오고 있다"면서 주민들이 김정은의 정책을 반기고 있다고 선전했다. 또 ‘인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지방 발전 20×10 정책!’ 등 구호가 적힌 포스터도 곳곳에 게시했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는 지방경제 발전 사업에 권력 핵심인 당·정·군을 모두 동원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평가를 하면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8차 당대회에서 내놓은 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더해 올해 과업까지 추가된 상황에서 지방에 공장을 건설·운영하는 데 충분한 재정이나 자재·설비 등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제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스템 자체에서 기인한 문제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노선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정책 실패의 책임은 간부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철도·도로·전력 등 산업 인프라가 미비하고 원자재 공급까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은이 제시한 지방경제 발전을 담당하게 될 희생양은 군인 건설자와 돌격대에 편성되는 주민들뿐이다. 코로나가 종식됨에 따라 그동안 제한받았던 대규모의 노력(勞力) 동원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는 효과적인 주민 통제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력갱생’이라는 구실 아래 노동력에 의존하는 경제 정책은 과거에 무한 반복된 바와 같이 주민들의 고통만 배가(倍加)할 뿐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사실 북한 당국의 경제 정책을 복기해 보면, 자본과 기술 투입 없이 노동만으로는 잉여가치를 전혀 창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마르크스 잉여가치설이 잘못됐음을 온몸으로 증명한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 권력자는 실패한 전철을 다시 밟으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