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국의 컬처&트렌드] 황색언론의 폭력

2024-01-24     양일국 문화평론가·정치학박사
양일국

지난 23일 배우 이선균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수사 상황을 보도했던 언론사가 압수수색을 받았다. 고인의 죽음을 전후해 혐의와 무관한 사생활을 자극적으로 보도한 언론들도 공분을 사고 있다.

홍보가 절실한 문화·예술계와 기사 거리가 필요한 언론사는 공생관계다. 하지만 스캔들이 터질 때는 종종 원수지간이 되고 만다.

일례로 1993년 마이클 잭슨은 아동성추행혐의로 고소를 당했는데, 그가 진실을 다투지 않고 합의금을 주고 마무리하자 "했네, 했어" 식의 기사가 쏟아졌다. 2009년 잭슨이 사망한 후 그를 고소했던 꼬마는 "모든 것이 돈이 급했던 아버지가 꾸며낸 것"이라고 고백하고 사죄했지만 책임지는 이는 없었다.

1997년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의 비극적 죽음 뒤에도 파파라치와 황색언론이 있었다. 사고 당일 그녀는 재벌 2세 도티 알파예드와 함께 벤츠 승용차로 이동 중에 파파라치들이 따라붙자 이들을 따돌리기 위해 과속을 하다 지하차도 기둥에 충돌했다. 파파라치들은 큰 부상을 당한 다이애나를 병원에 옮기지 않고 사진을 찍어대기 바빴다.

‘그 시절을 다시 한번’(Yesterday Once More, 1973)의 남매 듀엣 카펜터스의 캐런 카펜터는 거식증에 의한 영양실조를 치료하다 1983년 32세로 명을 달리했다. 한 잡지가 정상 체중인 그녀에게 다이어트 관련 질문을 하고, 통통하게 나온 사진을 실은 것이 그녀가 병적으로 살을 빼는 계기가 됐다.

아마도 연예계 가십에 열광하는 독자들의 ‘수요’가 근본적인 문제일지도 모른다. 좋은 배우를 잃은 슬픔이 바른 언론과 문화를 세우는 계기로 승화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