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국의 컬처 & 트렌드] AI가 되살린 ‘완전체’ 비틀즈
지난 2일 발매된 비틀즈의 신곡이자 공식적인 마지막 노래 ‘나우 앤 덴’(Now And Then)이 영국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로서 네 명의 영국 더벅머리 청년들은 1963년 ‘프롬 미 투유’ 이후 60년 6개월이 지나 또 하나의 1위 곡을 추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엄밀하게 보면 신곡은 아니다. 이 노래는 존 레논이 작곡해 1970년대 말 가정용 카세트 녹음기로 연습삼아 녹음해둔 것이다. 그가 1980년 세상을 떠난 후 연인 오노 요코가 이 테이프를 폴 매카트니에게 전해줬다. 1995년 이 낡은 테이프 속에 동면(冬眠)하던 ‘프리 애즈 버드’(Free as a Bird)와 ‘리얼 러브’(Real Love)가 나머지 멤버들의 연주와 노래로 완성돼 발표됐다. 하지만 ‘나우 앤 덴’은 존의 목소리를 깨끗하게 추출할 기술이 없어 보류됐다가 최근 인공지능 도움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됐다.
이외에도 나탈리 콜과 고인이 된 아버지 냇 킹 콜의 아름다운 듀엣 ‘언포게터블’(1992), 프레디 머큐리 사후 그의 옛 노래를 멋진 응원가로 되살린 ‘아이 워즈 본 투 러브 유’(1995) 등이 망자를 소환해 진한 감동을 줬다. 2014년 빌보드 시상식에서는 홀로그램으로 세상을 떠난 마이클 잭슨을 소환했고, 2019년에는 불세출의 록 보컬리스트 로니 제임스 디오의 환영(幻影)이 순회 공연을 하는 진풍경도 있었다.
첨단 기술 덕분에 잠시 떠난 이와 재회하는 황홀경을 경험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내 우리는 그들 없는 세상을 인정하고 또 새로운 하루를 살아야 한다. 돌아온 비틀즈가 안겨준 흥분이 가라앉을 무렵, 존 레논이 살아있었다면 이런 화려한 편곡에 동의했을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아무튼 음악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를 빌어 63년의 비행을 마친 ‘네 명의 딱정벌레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