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국의 컬처 & 트렌드] 연예계와 마약의 질긴 악연
온라인 상에 수 많은 연예인들의 이니셜이 거론되며 "했네, 했어" 식의 추측성 ‘마약 찌라시’가 난무한다. 지난 5월 개봉했던 마동석의 ‘범죄도시3’ 역시 마약 청정국에서 굴러떨어진 한국의 쓸쓸한 자화상을 보여줬다. 이제 듬직한 형사가 주먹을 휘두르는 것으로 해결될 선을 넘었다는 위기 의식이 느껴진다.
우연이겠지만 문화·예술계에는 ‘27세 클럽’이란 유행어가 있다. 70년대 지미 헨드릭스·재니스 조플린·짐 모리슨, 1994년 커트 코베인, 2011년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같은 나이인 27세에 우리 곁을 떠났다. 비극의 이면에 무절제한 음주와 마약이 있었다.
감동의 사연도 있었다. 레이 찰스는 5살 때 물놀이를 하다 동생이 숨졌는데 평생 동생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이후 부모와 사별하고 녹내장으로 맹인이 되는 등 불행이 이어지면서 마약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 무서운 헤로인 중독을 기도와 정신력으로 이겨냈고 그의 고향 찬가 ‘조지아 온 마이 마인드’(Georgia On My Mind)는 미국 조지아주의 주가(州歌)가 됐다.
에릭 클랩튼은 91년 5살 아들 코너가 고층 아파트에서 추락사하던 날에도 술과 약에 절어 있었다. 그는 아들을 잃은 충격을 이제 바르게 살라는 신의 뜻으로 이해하고 무절제한 생활을 청산했다. 1996년 하이드파크 공연의 마지막 곡 ‘홀리 마더’(Holy Mother)는 그가 마약 중독의 끔찍한 고통 속에서 구원을 갈망하며 쓴 노래다. 이들이 무서운 마약의 사슬을 끊을 수 있었던 것은 종교의 힘이었다.
펜타닐 등 신종 마약은 인간의 의지로 끊을 수 없는 단계로 진화해, 앞으로 이런 감동의 사연은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 5년새 5배밖에 안늘었는데 뭐가 걱정이냐는 정신나간 국회의원도 있지만, 대한민국이 마약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도록 정쟁보다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