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정한 ‘新 악의축’ 4개국

2023-10-29     이춘근 국제정치학자
이춘근

국제체제를 무정부적(無政府的)이라고 말한다. 국가들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권위있는 상부 조직이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무정부적이란 말이 무질서와 동의어는 아니다. 무정부적인 국제정치에도 질서가 있는데, 그 질서는 바로 힘에 의한 질서다. 사람들이 만든 세상인데도 불구하고 국제정치는 동물의 왕국에서 보이는 법칙이 지배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국가들은 자신의 힘을 증강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또한 어느 힘이 자신의 생존과 번영에 도움이 되는지, 어느 힘이 자신에게 적대적인지를 구분하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그래서 모든 나라들은 친구와 적을 구분하고 애써야 하며, 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 누가 적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누가 적인지를 분명히 해야 올바른 국가 안보 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확실한 주적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을 분간하지 못하는 정부가 들어서서 주적 개념을 희석 혹은 말소시키는 바람에 진작 멸망했을 북한이 아직도 살아남아 저러고 있다.

외교정책 및 국가전략에 기독교적 색채가 짙게 반영되어 있는 미국의 경우 주적을 표현하는 방식이 특이하다. 미국은 손보겠다는 대상을 악마에 비유하는 경향이 높다. 냉전 말엽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은 ‘악(惡)의 제국’(Evil Empire)이라고 묘사했다. 기독교는 악과는 타협하지 않는다. 악은 제거의 대상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 공산당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9·11 테러 공격을 당한 부시 대통령은 테러의 배후에 있는 이라크·이란·북한 정권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명명하고 이들을 제거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불행하게도 부시 대통령은 3국 중 이라크의 정권만을 제거했을 뿐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바이든을 비판하는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새로운 악의 축을 설정하라며 나서고 있다. 공화당 중진 상원의원이지만 강경파로 분류되지 않는 미치 매코넬(Mitch McConnell)의원조차 지난 22일(현지시간)폭스 뉴스 선데이에 출연, 미국은 중국·러시아·이란을 악의 축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매코넬 의원은 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북한도 악의 축에 포함시켰다. 현재 공화당 대통령 경선 중인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역시 현재 진행되는 국제분쟁의 궁극적인 배후는 중국이라 강조한다.

자유세계는 현재 악의 축 4대 독재국가와 싸우고 있다. 그중 3국인 중국·러시아·북한이 우리와 직접 대결을 벌이는 형국이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일본과 협력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