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스럽던 ‘김여정 하명법’
‘김여정 하명법’으로 불릴 만큼 굴욕적인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지고, 정부는 관련 해석 지침 폐지 절차에 나섰다. 다행이다. 애초에 만들어지지 말아야 할 법이었다. 그 법은 대북전단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험하게 하고 남남갈등을 유발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김여정의 호통 한마디에 황급히 만든 것 아니던가. 속된 말로 쪽팔려 죽는 줄 알았다.
대한민국 안보는 탈북자들에게 사활이 걸려있는 문제다. 탈북자에게 적화통일은 곧 죽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 전단으로 인해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전단을 보낸다. 그것으로 전쟁을 일으킬 정도의 배짱이 북한 정권에 없다는 것을 안다. 오히려 나약하게 보이면 북한당국이 오판하고 불장난을 할 수 있다.
남남갈등도 북한의 대남전략과 원칙 없는 대북정책, 극도의 이기심에 빠져 있는 일부 사람들의 한심한 국가관·안보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게 왜 전단 탓이고 탈북자들 때문인가.
대의보다 자기 땅값 떨어질 걱정부터 하는 사람들이 김정은에게는 얼마나 만만하게 보일까. 대북 전단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실력 행사도 배제하지 않고 저지에 나선다. 잠도 안 자고 길목을 지키고, 법에 위반될 줄 알면서도 도로를 가로막고 연행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북한에 살 때는 남한에 그런 한심한 사람들이 있을 줄 몰랐다. 북한이 "남조선 것들 별것 아니다", "핵무기보다 더 위력한 건 우리의 일심단결이다"라고 하는 선전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남한은 천안함을 몰래 침몰시키든 연평도를 공개적으로 포격하든, 항상 피동적으로 대응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천안함 사건이 자작극이고 소설이었다. 그러면 6·25는 영화였나.
대북 전단을 보내려면 조용히 보내라는 의견도 있지만, 빈약한 제 주머니마저 다 털어 전단에 쓰는 탈북자들에겐 후원이 절실하다. 조용히 보내고 싶어도 몇 번이면 끝이다. 그래서 홍보가 필요하다. 그것이 안 되면 후원을 받을 길 없고 그러면 전단은 중단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대형풍선 한 개 보내는 데 드는 12만 원도 지원하지 않는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반대하는 사람들의 눈살이 무서운 것이다. 나중에는 김여정의 호령 한마디에 ‘김여정 하명법’을 만드는 굴욕을 마다하지 않았다.
북한의 변화와 자유통일을 위해 진실을 알리려 몸부림치는 탈북자들이 측은하지도 않은가. 동참은 못하더라도 방해는 말아야지.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지 않나. 필자는 대북 전단이 남남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북 대결의 근원, 남남갈등의 밑뿌리를 뽑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구소련 출신의 국민대 교수가 방송에서 던지던 질문이 떠오른다. "남한은 과연 통일을 원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