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손실' 구상권 넘어 '배임' 물어야

2021-11-30     이동복 신아시아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동복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발생하는 원자력발전소 5기의 운영 손실을 국민이 낸 전기요금으로 보전하는 계획을 확정했다는 소식이다. 준조세의 성격을 갖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이하 전력기금)’을 이용해서 탈원전에 따르는 원전 운영 경비 손실을 국민에게 전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북 경주시의 월성 1호기, 강원 삼척시의 대진 1, 2호기 그리고 경북 영덕군의 천지 1, 2호기 등 5기의 원전이 비용 보전의 대상이 된다. 비용 보전의 규모는 월성 1호기의 경우 5,552억원, 대진 1, 2호기의 경우 34억원 그리고 천지 1, 2호의 경우 979억원으로 도합 6,565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경북 울진의 신한울 3, 4호기는 2023년 12월까지 공사계획 인가 기간이 연장되어 있다. 연장된 인가 기간이 지나게 되면 여기서도 운영 손실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보전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한다.

매월 전기요금의 3.7%를 떼어내서 조성하는 전력기금을 원전 운영 손실 보전 비용으로 전용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탈원전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을 국민 부담으로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문가들 역시 난색을 표했다. 전력기금은 빈곤층에 대한 바우처 제공과 연구개발 등 공적 기능을 위하여 마련된 것인데 이를 탈원전에 수반되는 운영 손실 보전 비용으로 쓰는 것은 불법행위라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실제 기금이 필요한 곳에 사용해야 할 기금의 감소가 초래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관련 법규인 ‘원자력손해배상법’ 제 3조 2항에 의하면 원자로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자력 손실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원자력 사업자가 배상의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즉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게 배상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또한 동법 제5조 1항에서는 "제3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생긴 원자력손해를 제3조에 따라 배상한 원자력사업자는 그에 대하여 구상권(求償權)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탈원전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한 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즉, 당시 이를 주관한 정부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의 백운규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하여 우리 헌법은 제 29조 1항에서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뿐만이 아니다. 국가배상법에도 공무원에 대한 구상권 청구가 명시되어 있다. 제2조에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私人)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경우",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求償)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탈원전에 따른 원전 운영의 불가피한 부실화는 예견된 일이었다. 그동안 탈원전 반대론자들은 이를 탈원전 반대의 이유 중 하나로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백운규 당시 주무 장관은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외면했다. 외고집으로 탈원전을 고수하고 강행해 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천하공지(天下公知)의 사실이다.

한수원은 문대통령과 백 전장관에 대해서 원전 운영 손실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에 그칠 것이 아니라 형법 제355조 2항의 배임죄에 의거한 형사 처벌도 추진하여 미래 세대에 대한 본보기로 삼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