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는 공짜가 없다
통일부 산하 하나원에서 탈북민 대상 정착 교육을 할 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남한 사회에 나가 살면서 사기·협잡에 당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이다. 탈북민들이 사기꾼한테 당하는 사례가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유를 공산사회에서 살다 온 공짜 근성에서 비롯된 피해라고 단정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공짜는 북에도 없다. 무상치료, 무료교육 제도도 허울뿐이다. 경제난 이전에는 작동했으나 결코 공짜는 아니었다. ‘세금 없는 나라’라고 하여 세금도 거두지 않는데 재원을 어디서 충당한단 말인가. 북한 주민들을 착취해 그 일부를 할당 사용할 뿐이다. 근로자는 자신이 창출한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 천을 벌든 억을 벌든 국가에서 정한 액수만 받는다.
자본주의 사회인 남한에 공짜가 의외로 많아 의아했다. 학교 무상급식도 북한에는 없는데 남한은 보편화됐다. 북한 탁아소 유치원은 점심밥을 먹이지만 공짜가 아니라 부모가 직장에서 받은 배급표 일부를 줘야 한다. 학생들 점심밥은 집에 가서 먹는다. 통학 거리가 먼 시골 학교는 도시락을 가지고 다닌다. 대학 기숙사생들도 배급표와 식비를 바친다.
북한이 공산국가라고 하니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 공짜가 많고 무엇이나 균등 분배하는 줄 안다. 공산국가 중에서 제일 공짜에 혼난 사람이 북한 사람들이다. 새내기 탈북민 중에는 강연하고 강사료를 받을 때 얼굴이 붉어지며 눈길을 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북에서는 힘들게 일하고도 대가를 받지 못하고 살았는데, 말이나 좀 하고 돈을 받으니 놀랍고 민망한 것이다.
탈북민들 눈에는 오히려 남한 사람들 속에 공짜 근성이 더 많아 보인다. 한때 무상급식을 두고 투표할 때. 탈북민들은 어렵게 살면서도 자기 아이 공짜 밥 먹일 수 있는 무상급식 공약에 표를 찍지 않았다. 재벌들 곳간을 열어 서민을 살리겠다는 식의 선거공약들을 수상쩍게 본다.
공산주의 분배원칙은 "각자는 능력에 따라, 각자는 수요에 따라"이다. 불가능한 그 원칙을 실천해본 나라가 없다. 그래서 어느 공산권 국가도 자기 나라를 공산주의 사회라고 부르지 않았다. 사회주의 국가라고 불렀다. 공산주의 분배원칙과 달리 사회주의 분배원칙은 "각자는 노동의 양과 질에 따라"이며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 말라"이다. 이것은 공짜나 균등 분배와 거리가 먼 구호다.
무상교육의 대가로 아이들은 세뇌교육과 아동학대에 시달려야 했고 무상치료 대가로 주민들이 산을 헤매며 약초를 채취해 바쳐야 한다. 무상을 자랑하다 피폐해진 북한을 생각하면 공짜와 사기가 버무려진 것이 무상(無償)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