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들의 눈·손·다리가 되어준 푸른 눈의 서양 선교사

[신간] 닥터 토플, 행복을 주는 사람  1959년 여수 애양원에 의료 선교사로 부임한 토플 선교사의 아름다운 삶 치료 넘어선 헌신과 사랑...국적‧출신 가리지 않는 ‘진실되고 선한 발자취’ ‘진정한 행복’ 고민하고 관심‧섬김이 필요한 곳에 손 내밀 용기를 주는 책 '예수님의 참 제자', 이 시대 ‘가진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보여줘

2023-09-27     곽성규 기자
닥터 토플, 행복을 주는 사람 | 이기섭 지음 | 좋은씨앗 | 272쪽 | 1만6000원

1932년 미국 시카고의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난 스탠리 크레이그 토플(Stanley Craig Topple, 한국명 도성래)은 에모리 의과대학 시절 한센병의 세계적 권위자 코크레인 박사를 만나 한센병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는 1959년 한국 여수에 있는 한센인 수용소 애양원에 미국 남장로교 의료 선교사로 부임했다. 

노르웨이 의료 선교사 안 마리 아문센을 만나 결혼한 그는 6.25 전쟁 직후 한국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한센병 치료와 질병 연구,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함께 힘썼다. 1965년 애양원 제10대 원장으로 취임한 후 애양원 내 현대식 병원을 지어 한센병 환자와 일반 환자의 통합진료를 도입했고, 이동진료팀을 운영했으며, 한센병 완치자들이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1970년대부터는 소아마비 환자의 후유장애 치료와 재활 수술도 진행하며 이들의 사회 정착을 위한 재활직업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1981년 22년간의 한국 생활을 마무리하고, 1990년부터 70대에 은퇴하기까지 케냐, 소말리아, 탄자니아 등지에서 신체장애인들의 재활치료에 헌신했다. 치료를 넘어선 헌신과 사랑, 국적과 출신을 가리지 않는 진실된 마음이 선한 발자취가 되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땅의 한센인들의 눈과 손과 다리가 되어준 푸른 눈의 서양 선교사, ‘닥터 스탠리 크레이그 토플’의 일대기를 다룬 신간 <닥터 토플, 행복을 주는 사람>은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우리의 관심과 섬김이 필요한 곳에 손을 내밀 용기를 북돋워 주는 책이다. 닥터 토플의 삶을 통해 주님이 쉼없이 부어주신 사랑과 은혜를 느낄 수 있다. 그는 정말로 행복한 사람, 행복을 주는 사람이었다.

닥터 토플이 삶이 더욱 값지고 아름다운 것은 그가 행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의료 행위, 그 헌신과 봉사와 섬김의 삶이 복음과 결코 동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음은 그의 하루를 시작하고 진료를 시작하는 힘이요, 끝까지 성실하게 사역을 마칠 수 있게 한 동기였다. 나병을 천형병(天刑病)이 아니라 천혜병(天惠病) 이라고 부르게 만든 강력하고 풍성한 하나님의 능력이었다.

복음은 또한 토플이 의료 선교사로 살아가는 모든 삶을 빚어내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손길이었다. 그는 검소했고, 인격적이었고, 희생적이었으며, 환자의 치료뿐 아니라 일반인과 공생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나아가 완치된 환자가 먹고살 수 있는 기술을 익히도록 가르쳐 주고, 또 아무것도 없는 그들에게 삶의 기반을 마련해 주는 데까지 나아갔다.

지난 2017년 CGNTV의 '글로벌 대담'에 출연했던 토플 선교사의 모습. /유튜브 영상 캡처

토플 부부는 20년의 한국 의료 선교와 10년의 아프리카 의료 선교를 끝낸 후, 현재는 은퇴하여 지역 교회 안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통해 여전히 하나님과 그분의 백성을 섬기고 있다고 한다. 하나님이 부르시는 그날까지 손을 내밀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삶을 만지고 있는 토플 선교사의 삶은 예수님의 참 제자로서, 또한 이 시대 가진 사람, ‘공부한 자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감동의 서사시라 할 수 있다. 

신앙적‧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인물을 취재해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 소명이 있다는 저자 이기섭은 예수님의 삶을 모습을 따라 살다 33세로 소천한 크리스천 청년 의사 안수현 씨의 이야기인 ‘그 청년 바보의사’(아름다운사람들)의 저자이기도 하다. 칼럼니스트, 작가, 번역가로 활동 중인 그는 이 외에 ‘인생은 아름다워’(아바서원), ‘거지대장 닥터 카딩턴’(좋은씨앗)을 저술했고, ‘아도니람 저드슨의 생애’, ‘No!라고 말할 줄 아는 자녀양육’(이상 좋은씨앗) 등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