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사과가 금 사과로

2023-09-21     아브라함 외국어학원 영어강사
아브라함

어느 날 밤 사과를 먹고 있었다. 한국 친구들의 조언이 생각났다.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이지만 밤에 먹는 사과는 독이야, 절대 먹어서는 안돼. 아침에 금이 저녁에 독이 된다고? 나는 계속 먹으면서 웃었다. 이 신선한 사과 때문에 문제가 생길 리 없어.

그날 새벽 2시쯤 배가 심하게 아팠다. 고통은 점점 더 심해지고 친구들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후회됐다. 그들의 충고를 조롱한 것에 대한 벌, 그들의 조상 영혼이 내리는 벌인가 싶었다. 새벽 3시, 참다못해 밖으로 나왔다. 몹시 추웠다. 택시 승강장으로 가는 발걸음마다 칼이 찌르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겨우 잡은 택시, 쓰러지듯 타고는 가까운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여러 검사가 진행됐다. 보통 외국에 나가 아픈 것보다 더 나쁜 일은 없다고 하지만 난 완전히 괜찮았다. 의사도 간호사도 친절했다. 하지만 그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맹장염이란다. 급성이라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응급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 다음날 김마마가 주스와 칫솔, 치약을 들고 찾아왔다. 김마마는 어떤 보상이나 혜택도 요구하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헌신한다. 한국의 마더 테레사다.

입원 이틀째. 수술한 배 아픈 게 견딜 만하니 병원비 걱정이 온통 머릿속을 맴돌았다. 수백만 원, 하지만 난 보험도 없고 통장에 돈도 별로 없다. 프론트에 가서 3개월 후에 지불해도 될지 물었다. 당연히 안된다는 답이다. 울 것 같았다.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지만, 누구도 그만한 돈을 가지고 있을 리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친구들 말은 고마웠다. UAE에 있는 가족에게 이메일을 보냈지만 그들이 돈을 보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와중에 김마마가 다시 병원에 왔다. 김마마는 내 침대 옆에 앉아 나지막한 목소리로 병원비를 해결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얼마나 기뻤는지. 돈 걱정을 안해도 된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외국에 있었지만 외국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김마마는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지 않고, 내가 그녀의 삶에서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도 나를 도와줬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사랑은 결코 헛되지 않다. 내가 먹은 사과는 결국 금이 됐다. 나는 잊지 않았고,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슬람교도들만 천국에 갈 것이라고 배우며 자랐다. 하지만 김마마는 천국에 있어야 한다. 무엇이 옳은가? 또 다시 내 머릿속은 질문들로 폭발한다. 앞으로 다가올 세월은 내게 큰 변화를 줄 것이다.